한국일보

러 원유 금지에 가주 고통 가중

2022-03-11 (금) 12:00:00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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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주 개스값 왜 유독 비싼가

▶ 러시아산 의존도 높아… 수입분 대부분 소비, 까다로운 환경 규정 생산원가·개솔린세 높아

러 원유 금지에 가주 고통 가중

개스값 급등으로 LA 한인타운 내 한 주유소의 가격이 대부분 6달러 대를 보이고 있다. [박상혁 기자]

10일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개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당 5.694달러. 하루만에 12센트나 급등했다. 가주의 개솔린 가격은 전국 개솔린 평균 가격인 갤런당 4.318달러 보다도 1.376달러나 더 비싸다.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가주의 개솔린 가격을 보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개솔린 가격이 미국 타주들에 비해 훨씬 더 비싼 이유는 뭘까? 여기엔 비밀 하나가 있다. 바로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LA 타임스는 가주가 러시아산 원유에서 정제된 개솔린의 최대 소비지역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 여파에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에 수입되는 원유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산 원유 대부분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서부 지역과 동부 지역의 원유정제소에 가공된다.

서부지역으로 수입되는 러시아산 원유의 양은 증가 추세로 가주가 최대 소비 지역에 해당된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원유정제소에 정제된 러시아산 원유는 1,130만배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워싱턴주로 1,040만배럴의 러시아 원유를 정제했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소비되고 있다.

가주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이번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개솔린 가격 급등세가 타 지역에 비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브론과 마라톤 등 정유업체들은 러시아산 원유 대신 남아메리카나 북유럽, 그리고 중동 지역으로 원유 수급선을 변경할 예정이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원유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의 개솔린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청정 환경을 위해 원유 정제 과정이 더 복잡해지면서 생산 원가가 높은 데다 개솔린에 부과되는 세금도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개솔린 가격의 끝은 언제일까? LA 타임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사태에 극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캘리포니아주의 개솔린 가격 급등세가 꺾이기는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과 같은 원유 가격의 급등세가 지속되면 캘리포니아주의 개솔린 평균 가격은 6달러대를 넘어서 7달러대 진입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운전자가 주유소에서 구매하는 개솔린 가격은 2.5센트 상승한다는 게 업계의 산술이다. 원유가 배럴당 20달러 상승하면 개솔린 가격은 50센트가 상승하는 셈이다.

원유 가격 상승세에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침공 사태가 단시간 내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주 개솔린 가격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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