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의 마지막 날은‘세계 희소질환의 날’이다. 올해로 15회를 맞이하는 이날은 희소 질환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예방ㆍ관리ㆍ치료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유럽희소질환기구(The European Rare Organization)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
희소 질환은 나라마다 그 기준이 상이한데, 국내에서는 환자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환자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질환으로 정의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6,000여 종의 희소 질환이 있으며 국내 희소 질환 환자는 80만 명으로 추산된다.
◇리소좀 축적병, 국내 환자 400여 명
희소 질환은 환자 수가 현저히 적다. 이 중에서도 ‘리소좀 축적병(Lysosomal Storage DiseaseㆍLSD)’은 국내 환자가 400여 명으로 유병률이 매우 낮다. 리소좀축적병은 체내 손상된 세포나 잔해, 불필요한 성분을 소화ㆍ처리하는 세포기관인 리소좀의 특정 효소 기능이 결핍돼 나타나는 유전성 희소 질환이다.
리소좀 안에 존재하는 분해 효소 중 하나가 부족하면 리소좀이 소화ㆍ처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또한 몸에 독성 물질이 오래 축적돼 각종 대사 질환 장애를 일으키고 체내 주요 장기를 손상할 수 있다.
심각하면 심장ㆍ뇌 손상도 진행될 수 있으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질환은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는데, 환자가 워낙 드물고 다양한 의심 증상이 나타나므로 다른 질환과 혼동 가능성이 있어 진단ㆍ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리소좀 축적병은 결핍된 효소 종류에 따라 70여 종의 대사 질환으로 분류되는데 고셔병ㆍ파브리병ㆍ헌터병 등이 대표적이다.
고셔병은 증상과 신체적인 특징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빈혈ㆍ혈소판 감소증ㆍ간 및 비장 비대 등이 있다. 증상이 심하면 중추신경계가 손상될 수 있다. 파브리병은 말단 감각 이상, 땀 감소증, 각막 혼탁 등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파브리병 보인자인 여성은 무증상에서 중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임상 증상을 보인다. 헌터병은 뮤코다당체축적증 II형이라고도 불리는데, 자갈 모양의 울퉁불퉁한 피부 소견, 호흡기 증상, 반복적인 중이염, 탈장, 만성 설사, 관절 구축 및 간 및 비장 비대, 신경계 증상, 심부전, 성장 속도 지연 등이 나타난다.
◇간편하게 진단 가능한 ‘리소좀 축적병 선별 검사’
리소좀 축적병은 이전에는 불치병으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부족한 효소를 채워주는 효소대체요법(ERT) 치료가 개발돼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진행성 질환이므로 조기 발견ㆍ치료가 좋은 예후로 연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체 조직의 영구적인 변화가 오기 전에 올바른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리소좀 축적병을 진단하는 ‘신생아 선별 검사(Newborn screeningㆍNBS)’는 비교적 발생률이 높거나 치료법이 있는 리소좀 축적병인 고셔병ㆍ파브리병ㆍ크라베병ㆍ폼페병ㆍ니만-픽병ㆍ뮤코다당체축적증 I형ㆍ헌터병 유무를 선별해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다.
특히 신생아 검사의 경우 신생아 대사 이상 선별 검사와 동일하게 발뒤꿈치에서 채취한 혈액 검체(샘플)를 사용하므로 한 번에 두 가지 검사를 동시에 시행할 수 있다.
리소좀 축적병 선별 검사는 질환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100% 발병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질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 진료와 추가 검사가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유전자 검사로 확진할 수 있다.
이아람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리소좀 축적병은 희소 질환 중 특히 생소한 질병이다 보니 제때 알맞은 진단을 받지 못하고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간편히 선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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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