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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 좋아하는 당신, 가슴 쓰리고 신물 올라온다면

2022-02-22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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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류성 식도염, 20~40대 환자 200만 명

직장인 김모(38)씨는 워낙 눕기 좋아하는 ‘눕족(族)’이다. 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면 어김없이 소파에 누워 TV나 스마트폰 등을 즐긴다. 코로나19로 집 안에 오래 머물면서 이런 습관도 길어졌다. 김씨는 얼마 전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뜨끈한 느낌과 함께 신물이 오르는 듯한 증상이 느껴졌다. 처음엔 소화불량으로 여겨 소화제로 다스렸지만 속 쓰린 증상이 가시지 않았다. 병원을 찾아 위내시경 검사 후 ‘역류성 식도염(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ㆍGERD)’ 진단을 받았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 내용물이 소량씩 식도로 역류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식도 점막이 손상돼 염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위와 식도 사이에서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오는 것을 막아 주는 조임쇠 역할을 하는 괄약근 이상으로 발생한다.

◇신물 오름ㆍ가슴 쓰림이 대표적인 증상


역류성 식도염 증상은 목이나 입 안으로 신물이 넘어오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지고 삼킬 때 쓰린 통증이 발생하고 가슴 부위의 타는 듯한 흉통이다. 강한 산성에도 끄떡없는 위와 달리 식도는 산성에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에 의한 가슴 통증은 주로 가슴 쓰림 형태로 나타나며, 새벽에 생긴다. 이 밖에 동반되는 증상으로는 목 이물감, 명치 통증 등이 있다. 또한 비전형적으로 만성 기침, 쉰 목소리, 천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풍렬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가슴 쓰림과 신물 오름 증상이 나타나고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염이 보이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한다”며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서 이런 전형적인 역류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비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상부 내시경검사 외에 식도 내압 검사, 보행성 24시간 식도 산도(pH) 검사 등의 기능 검사를 시행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매운 음식, 감귤류 과일, 탄산음료, 커피, 초콜릿, 고지방식을 많이 섭취하면 걸리기 쉽다. 과식이나 야식, 식사 후 곧바로 눕는 습관, 비만에 따른 복압 상승, 흡연과 음주도 위산 역류 가능성을 높이고 염증을 악화시킨다.

식사 후 탄산음료나 커피를 마시면 소화가 잘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는 오히려 하부 식도 괄약근 활동을 약화시켜 위산이 거꾸로 올라오게 만든다.

전정원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특히 복부 비만이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나 식도선암의 전구 단계인 바렛식도의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는 보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음식 섭취 후 곧바로 눕거나 야식을 먹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어도 자주 발생한다.


이재호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후 2시간 이내 눕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위염 발생 위험이 59% 더 높았고, 위암 원인이 되는 위축성 위염은 62% 더 높았다.

◇체중 감량만 해도 역류성 식도염 크게 줄어

역류성 식도염은 대부분 산(酸)억제제(양성자 펌프 억제제ㆍPPI) 같은 약물로 먼저 치료를 시작한다. 보통 4∼8주간 1차 약물 치료 단계에서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치료 종료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임의로 중단하면 1년 이내 50% 이상 재발하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이 만성화돼 궤양이 생기면 식도 내강이 좁아지는 협착 증세가 나타나거나 식도 점막이 서서히 위 점막처럼 변하는 바렛식도 현상이 나타난다.

박준철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바렛식도는 식도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므로 역류성 식도염이 만성화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치료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ㆍ예방을 위해서는 잘못된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역류가 발생하기 쉬운 식사 후 2시간 이내에는 눕지 말고 되도록 야식도 먹지 말아야 한다.

탄산음료ㆍ커피(디카페인 포함)ㆍ초콜릿ㆍ홍차ㆍ박하ㆍ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도 하부 식도 괄약근 약화에 영향을 주므로 되도록 삼가야 한다.

꽉 끼는 옷과 과식도 마찬가지다. 위산 분비를 늘릴 수 있는 알코올, 신맛 나는 과일도 피하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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