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오미크론, 델타보다 경증”

2022-02-15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크게 작게

▶ 오명돈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장

▶ 오미크론 환자, 폐 CT 결과 폐 침윤 델타보다 약해

지난해 11월 등장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60%를 차지할 정도로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도 50%를 넘어서 조만간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바뀌었지만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ㆍ미국 등은 방역 조치를 완화하며 ‘위드(with) 코로나’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코로나19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독성이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 위원장이 최근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로 말미암아 인체 내 세포 침입 메커니즘이 변한 상태”라며 “이런 변화로 인해 오미크론 변이는 주로 상기도 감염을 일으켜 경증 환자가 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오 위원장은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한 75명의 오미크론 환자의 폐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분석한 결과, 폐 침윤 정도와 범위가 델타 변이 환자보다 더 약했다”며 “임상적 특성을 봤을 때도 인후통이 43%이고 발열 지속 기간은 사흘로 짧은 경증(산소 투여나 항바이러스제가 필요 없는 환자)이었고, 폐렴 소견도 10% 정도로 적었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외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훨씬 더 경증임이 확인됐다”며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감염된 환자의 입원율과 사망률이 델타 변이에 비해 절반 정도에 그친 것을 볼 때 병독력(병이 일으키는 독성)이 약해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캐나다 연구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환자의 입원율은 0.51%로 델타 변이의 1.56%에 비해 3분의 1 정도였다. 사망률도 델타 변이는 0.12%, 오미크론 변이는 0.03%로 크게 낮았다.

오 위원장은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병독력이 약해졌더라도 백신 접종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바이러스 병독력보다 숙주 면역력이 중증도를 결정한다”며 “똑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면역력이 좋은 젊은 층은 무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만 백신을 맞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심각한 폐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감염 후 중환자로 악화하는 위험 인자는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지만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는 나이”라며 “그래서 감염 치명률을 살펴보면, 20대는 0.01%이지만 40대는 0.1%, 60대는 1%이고, 80대는 10%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치명률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고 했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기존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나,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시행하는 건 여전히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오 위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 효과는 감염과 발병, 중증 예방에 있어 20∼30% 감소한다”면서도 “그러나 부스터샷 접종 후 세포독성 T세포(CD8세포) 반응이 오미크론이나 델타 변이에서 똑같은 70%로 나타났지만 보조 T세포(세포독성세포 활성화에 도움을 줌) 반응은 델타 변이에서 70%, 오미크론 변이에서 50%로 면역 반응이 비교적 잘 유지되는 편이었다”고 했다. 따라서 부스터샷을 맞으면 오미크론 변이 예방에 도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 변이가 폭증하는데 기존 방역체계를 유지하면 출산ㆍ응급처치 등 응급한 시술ㆍ수술이 늦춰질 우려가 있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도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이 사태도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