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히치콕 특유의 연출… 빼어난 연기 등 훌륭한 흑백명화

2022-01-21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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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의혹’((Suspicion)) ★★★★½(5개 만점)

히치콕 특유의 연출… 빼어난 연기 등 훌륭한 흑백명화

날건달 남편 에이스가드가 아내 리나에게 우유를 들라고 권하고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1941년 작으로 교묘하고 탄탄하게 짜진 플롯과 관객을 끝까지 궁금증에 빠지게 만드는 히치콕 특유의 연출 그리고 빼어난 연기와 음악 등 모든 것이 훌륭한 흑백명화다. 원작은 프랜시스 아일즈의 소설 ‘비포 더 팩트’(Before the Fact).

부잣집 딸로 혼기가 지난 아름다운 리나(조운 폰테인)는 기차에서 만난 수다쟁이요 장난기 심하고 철이 덜 난 미남 에이스가드(케리 그랜트)에게 첫 눈에 반해 그와 결혼한다. 날건달이자 도박꾼인 에이스가드는 아내 덕에 먹고 사는데 지출과 도박이 지나쳐 리나는 이혼까지 생각한다. 리나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리나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 받는데 에이스가드는 이 돈으로 친구인 비키(나이젤 브루스)와 부동산 개발을 하겠다고 아내에게 제의한다. 그런데 비키가 갑자기 의문사하면서 그의 죽음과 에이스가드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나돈다.

평소에도 알쏭달쏭한 남편의 행동에 의심을 품던 리나는 점차 남편이 살인자라는 의혹과 함께 그가 유산을 노리고 자기를 살해하려고 한다는 의혹에 빠지면서 고뇌와 공포에 시달린다.


영화에서 긴장감과 궁금증을 극대화하는 것은 에이스가드가 몸이 불편해 침대에 있는 리나에게 갖다 주려고 쟁반 위에 올려놓은 우유잔. 에이스가드가 쟁반을 들고 서서히 계단을 올라갈 때 그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카메라가 그의 걸음과 속도를 같이 하면서 서스펜스를 고조시킨다. 과연 에이스가드가 우유에 독을 탔을까.

히치콕은 에이스가드의 사소한 행동과 함께 소소한 사건들을 조금씩 쌓아가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서서히 그를 의심하게 만드는데 이런 의혹을 때론 리나와 함께 하다가도 또 때로는 이와 정반대로 에이스가드 편을 들도록 기묘하게 관객을 유도하고 있다.

식은 죽 먹듯 팔난봉 역을 잘 해낸 그랜트의 연기도 좋지만 깊이와 섬세함과 함께 의혹에 시달리면서 안으로 무너져 내려가는 리나의 연기를 민감하게 해낸 폰테인의 연기가 돋보인다. 폰테인은 이 역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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