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개월 내 90%가 사망
대동맥(aorta)은 몸속 ‘혈액 고속도로’다. 심장에서 온몸의 장기로 혈액을 내보내는 가장 굵은 혈관이다.
대동맥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大動脈剝離ㆍaortic dissection)’가 발생하면 30~40%가 현장에서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대동맥 박리가 되면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생긴다. 곧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한 달 이내 90%가 사망한다.
◇곧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한 달 이내 90% 사망
대동맥(aorta)은 심장 좌심실에서 시작해 혈액을 온몸에 공급하는 주요 통로다. 지름이 3㎝ 정도인 대동맥은 크게 심장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하행 대동맥과 머리 쪽으로 올라가는 상행 대동맥, 활 모양의 대동맥궁으로 나뉜다.
대동맥은 안쪽 내막, 가운데 근육으로 이뤄진 중막, 바깥쪽 외막 등 3개 막으로 둘러싸인 튼튼한 관이다. 수도관이 시간이 지나면 녹슬고 막히듯 대동맥도 노화되면서 막히거나 늘어나고 찢어지며 심지어 파열되기도 한다.
이처럼 대동맥이 커지거나 찢어져 파열되는 것을 대동맥 질환이라고 한다. ‘대동맥 박리’의 발병 원인으로는 고혈압(70~90%)과 선천성 질환인 이첨대동맥판막, 대동맥축착증, 유전 질환인 마르판증후군, 엘러스-단로스증후군 등이 꼽힌다.
대동맥 박리는 국소적으로 대동맥 안쪽 내막이 찢어지면서 원래 피가 흐르던 공간(진성 내강)에서 피가 새어 나와 대동맥 벽에 피가 지나가는 틈새(가성 내강)가 만들어지면서 일어난다.
이로 인해 혈액이 다른 혈관으로 흐르지 않거나 대동맥 판막으로 역류되기도 한다. 대동맥이 파열돼 주변 조직에 유착이 생기면 그쪽으로 피가 스며들어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대동맥 파열이 심하거나 주변 조직이 유착되지 않으면 급사할 수도 있다.
조상호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 박리가 발생하면 30~40%의 환자가 곧바로 사망하고, 상행 대동맥을 침범했으면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응급수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2일 이내 50%, 생존 이후 한 달 이내에 90% 이상이 사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고혈압이 가장 흔한 원인
대동맥 박리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고혈압이다. 환자의 70~90%에서 고혈압이 동반된다. 고혈압ㆍ노화 등으로 인해 퇴행성 변화가 오거나, 마르판 증후군, 이첨 대동맥 판막 등 선천적 요인으로 대동맥 벽이 약해졌거나, 대동맥 중막에서 변성 변화가 일어나는 상태인 낭성 중층 괴사, 흉부 외상 등이 대동맥 박리 원인이 될 수 있다.
50~60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고, 여성보다 남성에서 2배 더 많이 발생한다. 대동맥 박리가 생기면 찢어질 듯한 극심한 가슴 통증이 느껴진다. 상행 대동맥에 발생하면 가슴 쪽, 하행 대동맥에서 발생하면 어깨뼈 부위에서 주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환자 대부분은 평생 경험한 가장 심한 통증으로 꼽으며, 찢어지는 듯한, 칼로 찌르거나 도려내는 것 같은 격렬한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상행 대동맥을 침범한 경우 경동맥이 차단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뇌 혈류에 이상이 생기면 몸의 한쪽이 감각이 없어지거나 마비가 오는 등 신경학적 이상이 초래된다.
대동맥 박리의 주원인은 고혈압이지만, 대동맥 파열이 발생해 심장이 눌리거나, 대동맥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혈액이 심장 쪽으로 역류해 급성 심부전으로 진행되면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하행 대동맥을 침범하면 척수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 하반신 마비, 장 쪽 혈관이 차단되면 복통 등이 나타난다. 처음 통증은 매우 심하지만, 점점 나아지는 것이 특징이며 통증의 위치가 변하는 것은 대동맥 박리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즉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행 대동맥 박리는 빠른 수술, 하행은 내과 치료 필요
급성 대동맥 박리가 상행 대동맥에서 발생하면 ‘인조 혈관(vascular graft) 치환술(수술)’을 시행한다. 하행 대동맥에 나타나면 혈압ㆍ맥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약물 치료를 우선한다. 성기익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약물 치료를 해도 합병증이 생기면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을 한다. 하지만 대동맥 파열 위험이 높으면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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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