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인 과반수… 무신론자 등은 ‘선악 양분론’ 반대 높아
▶ ‘선과 악으로만 구분하기에 인간 사회 너무 복잡해’ 의견도
구세군 자원봉사자가 뉴욕 번화가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모금 활동을 펼치는 모습. [로이터]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논란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시작됐다. 중국의 철학자 맹자는 기원전 300년 무렵부터 사람의 본성은 선이라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맹자 사망 직후 태어난 순자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로 성선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기독교에서도 아담과 하와가 저지른 죄로 인해 인간은 원죄를 갖고 태어난다는 교리를 가르친다. 기독교의 교리가 성악설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지만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에 가까운 가르침인 것은 확실하다. 이렇듯 인간 사회를 선과 악으로 양분하려는 시도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미국 성인 중 절반은 인간 사회가 선과 악으로 분명히 구분된다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가치관은 기독교와 같은 종교인 사이에서 더욱 뚜렷했다.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 7월 미국 성인 1만 2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약 48%는 인간 사회를 선과 악으로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반면 나머지 약 50%는 인간 사회는 선과 악으로만 양분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면 선악 양분론을 반대했다.
인간 사회는 선악으로만 양분된다는 가치관은 종교인들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체 기독교인 중에서는 약 54%가 선악 양분론을 지지했고 이중 백인 복음주의 교인들의 비율이 약 64%로 가장 높았다. 반면 가톨릭 신자(약 49%)와 비 복음주의 백인 교인(약 46%) 중 선악 양분론을 지지하는 비율은 기타 기독교인 중 낮은 편이었다.
선악 양분론을 반대하는 비율은 무종교인 중에서 높게 나타났다. 기독교는 물론 이슬람교, 유대교 등의 종교가 ‘신과 악’, ‘천국과 지옥’의 개념을 중요한 교리로 삼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무종교인들이 선악 양분론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전체 무종교인 중에서는 약 37%만 인간 사회를 선과 악으로만 구분할 수 있다고 했고 나머지 약 62%는 선악으로만 구분하기에는 인간 사회가 복잡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특히 무신론자 중 선악 양분론을 지지하는 비율이 약 22%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예배 등 종교 행사 참여도에 따라서도 선악 양분론에 대한 생각은 확연히 갈렸다. 종교 또는 소속 교단에 상관없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종교행사에 참석한다는 종교인 중 선악 양분론에 동의하는 비율은 약 59%로 종교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종교인(약 42%)보다 높았다. 퓨 리서치 센터가 이전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예배 출석률이 높은 교인들은 하나님을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았고 도덕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하나님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한편 정치 성향에 따라서 선악 양분론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랐다. 보수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 중 약 59%가 인간 사회를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 같은 생각을 지닌 비율은 약 38%에 불과했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기독교인과 예배 출석률이 높은 경우 선악 양분론을 지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