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2차 세계대전 속 프랑스 장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릴러

2021-12-10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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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속 프랑스 장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릴러

퐁텐은 주도면밀한 계획을 짜 교도소를 탈출한다

‘남자 탈출하다’(A Man Escaped) ★★★★½ (5개 만점)

프랑스 영화계에 누벨 바그를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미친 영적이요 위대한 감독 로베르 브레송이 1956년에 만든 흑백 명작이다. 브레송이 2차 대전 중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에서 투옥됐던 경험과 함께 리용의 몽뤽 교도소에서 탈출한 프랑스 장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스릴러이자 영혼과 인간성 그리고 치열한 자유 추구를 그린 절제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영화로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다.

주인공 퐁텐(소르본 대 철학도 프랑솨 레테리에)의 안전핀과 침대 스프링과 쉬트 그리고 숟가락과 베개 속 말총 등 온갖 물건들을 이용한 집요하고 끈기 있고 주도면밀한 탈출 준비과정과 실행을 긴장감 가득하고 단단히 조여 가며 묘사해 호흡 곤란을 느낄 정도다.


영화 대부분이 교도소 내부가 무대로 레테리에의 무감한 내레이션과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마치 기록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 장면 밖에서 들려오는 군화소리와 기적소리 그리고 총격소리 등 실제 음을 사용, 작품의 사실감을 극대화 하고 있다. 정확한 화면 구성과 여백의 활용 그리고 반복 촬영과 흐름의 리듬 및 카메라의 각도 등 브레송의 테크닉이 절정을 이룬 투명한 영화다.

브레송은 주제와 아이디어는 다양했지만 스타일은 꾸준히 일관성을 지켰다. 그는 일종의 테크니션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의 정수를 포착하기 위해 장면을 빈 틈 없이 구성, 영상미를 배제하고 주도면밀히 장면과 장면 간의 관계를 강조했다.

특히 그는 단순한 사물과 행동 그리고 세밀한 것에 집착하면서 스펙터클과 멜로드라마 그리고 감상성과 플롯을 무시했다. 그리고 네오리얼리스트들처럼 비배우들을 즐겨 쓰고 자연음을 자주 썼다. 그 대표작이 ‘남자 탈출하다’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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