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뒤 동료·팬들에게 “죄송한 마음” 사과
(고양=연합뉴스)11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 전반 대한민국 황희찬이 패널티킥 선제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21.11.11
벤투호의 '캡틴' 손흥민(29·토트넘)의 슈팅 하나하나에 3만 명이 들썩였다.
손흥민은 11일 오후(한국시간 기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 경기에 선발로 출전,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한국은 이날 전반 36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페널티킥 결승 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측면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한껏 설레게 했다.
UAE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축구 대표팀이 처음으로 100% 관중을 받은 경기였다.
축구 대표팀이 홈 관중으로 가득 찬 경기장에서 A매치를 치르는 건 2019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일본전 이후 약 2년 만으로, 3만5천여 석 규모의 경기장에는 3만152 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경기에 앞서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경험이고 특혜"라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던 손흥민은 홈 팬 앞에서 A매치 3경기 연속 골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쉬지 않고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그의 움직임은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고양=연합뉴스) 1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슛 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손흥민은 전반 30분 황인범의 침투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골키퍼까지 제치며 골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슛은 골대 옆으로 빗나갔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전반 45분에는 지난해 12월 자신에게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을 안긴 '번리전 원더골'에 버금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하프라인 뒤에서부터 혼자 공을 몰고 질주한 손흥민이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왼발 슛을 했으나,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아쉽게 득점은 무산됐다.
손흥민은 전반 추가 시간에도 골 지역 오른쪽에서 강한 오른발 슛을 날린 게 상대 골키퍼의 얼굴에 맞고 나와 무산됐다.
후반에도 그는 UAE 골문을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끝내 운은 따르지 않았다.
후반 29분 김진수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았으나 이번에는 골대 상단을 강타했고, 9분 뒤 페널티 지역에서 두 차례 시도한 슛도 모두 골대를 외면했다.
절호의 기회를 연달아 놓친 손흥민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유독 경기가 풀리지 않자 얼굴을 감싸 쥐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손흥민의 플레이를 '직관'한 팬들의 환호성은 점점 커졌다.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선수들이 너무 고생했다. 많은 찬스를 얻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반성해야 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을 향해 "추운 날씨에 멀리까지 오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조금 더 시원한 승리로 보답해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늦게까지 계셨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조심히 들어가셨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인터뷰를 마친 손흥민은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늦게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관중과 인사를 나눴고 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