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아내와 휴가로 2주간 한국을 다녀왔다. 결혼 후 첫 한국 방문이라 가족들과 주로 시간을 보내고, 미국에서 아쉬웠던 여러 의료서비스들을 받기 위해 병원 투어를 하고 DC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 미국에서는 비싸서인지 치료에 대한 철학이 달라서 그런지 잘 처방해 주지 않는 치료방법도 한국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병원 투어를 위해 왔다 갔다 하면서 아파트 단지에 들어온 택시 기사들이 매우 비슷한 말을 계속 반복했다. “여기는 재개발 안 하나요?” 처음에는 조금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 운전하기 불편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이게 한번 두 번이 아니라 거의 매번 반복되는 것을 보고, 한국 특히 서울 사람들에게 부동산은 정말 큰 이슈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특히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3배 혹은 4배가 뛰었다고 하니 이런 대화가 일상인 게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집값이 오른다고 해도 1 주택 소유자는 서울 모든 지역이 올랐기 때문에 특별히 시세차익에 대한 이득 볼 일도 없고, 비슷한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해도 부동산 관련 세금만 많이 내게 되어 집값이 폭등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좋은 점도 없는 것 같다. (서울에서 경기도 혹은 더 외곽으로 이사 나가지 않는 한)
서울에서 최근 집을 사서 이사한 친구네 부부도 이전에 전세 살던 집과 동네가 좋았는데, 집값 폭등으로 전세도 오르고 상황이 너무 변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부부도 올해부터 주말에 DC 여러 곳의 오픈하우스 다니면서 어떤 동네에 어떤 집이 좋은지? 아니 현실적으로 살 수 있을지 등을 틈틈이 앱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 디씨도 지속적으로 신규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십 년 이상 파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팬데믹으로 액면가로 집 값이 20% 이상 뛰었다고 하니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이 동네도 집값은 사람들에게 큰 화두다 특히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혼부부들에게.
원래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한 번에 많이 몰아서 한다 들었는데, 실제 팬데믹 상황에서 결혼 한 신혼부부들이 주위에 많다. 다들 결혼 후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게 가족을 꾸릴 집이라서 그런지, 신혼부부들을 만나면 대화 주제는 새집 장만으로 귀결되고 있다.
다들 딱 마음에 드는 집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 도움 없이도 부부만의 경제활동으로도 집을 살 수 있다는 건 한국 특히 서울과는 다른 점인 것 같다. 한국처럼 결혼 전부터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고, 미국 내에서 DC 그리고 이 주변 지역이 매우 비싸다고 하지만 그래도 목돈을 모아두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도 여러 정부 프로그램들을 통해 첫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도 디씨에서는 신혼부부들이 집을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내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오랫동안 집을 소유하는 것과 관련해서 불편한 생각들이 많았는데, 한국을 다녀오고 아내와 다른 신혼부부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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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