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의 사망을 둘러싼 로맨스와 고독이 있는 프랑스 영화
2021-10-29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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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개의 챕터로 구분, 시간을 무시하고 서술…서로가 엉킨 실타래의 실을 하나씩 풀어나가
실종된 부잣집 마님 에블린(왼쪽)과 웨이트리스 마리옹. 마리옹은 에블린의 실종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를 영화는 실타래 처럼 풀어간다.
한 여인의 실종과 사망을 둘러싸고 이 여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과 전연 관계가 없는 사람 5명이 엮어가는 살인 미스터리요 정열과 로맨스와 고독이 있는 드라마이자 국제적 사이버 스릴러로 다크 코미디 분위기마저 지닌 흥미진진한 프랑스 영화다. 이들 다섯 명은 끝에 가서 직·간접적으로 죽은 여인과 연결이 되는데 도미닉 몰 감독은 이들의 얘기를 다섯 개의 챕터로 구분해 시간을 무시하고 현재와 과거 그리고 대륙을 오가면서 서술하고 있다.
마치 쿠로사와의 ‘라쇼몬’ 식으로 영화는 다섯 사람들의 견해에서 서술되면서 살인사건을 서서히 풀어나가는데 그 서술 형태가 마치 서로 엉킨 실타래의 실을 하나씩 풀듯이 교묘하고 기능적이다. 마지막 까지 과연 이들 다섯 명이 어떻게 서로들 연결 지어지는가 하고 궁금하게 만들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영화는 처음에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이 게 웬 일인가 하고 궁금하게 만든다. 이어 장면은 눈 덮인 프랑스 남부 시골로 바뀐다. 하루 종일 농가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뚱한 남편 미셸(드니 메노셰)과 관계가 소원한 아내 알리스(로르 칼라미)는 가정방문 간병인. 알리스는 자기가 돌보는 사람들 중의 하나인 과묵한 조셉(다미앙 본나르)과 통정하는 사이. 조셉은 최근 어머니 사망후 자기의 애견하고만 말을 나누는 사이.
알리스가 조셉의 집을 나와 귀가하는 길에 길가에 버려진 차를 발견한다. 이 차는 알리스의 이웃인 부잣집 여인으로 양성애자인 에블린(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스키)의 것. 에블린의 남편은 사업차 집을 자주 떠나 에블린은 고독에 시달린다. 여기서 얘기의 관점은 조셉에게로 옮겨지면서 조셉은 자기 집 마당에 버려진 사체를 발견, 이를 담요에 감아 자기 헛간에 감춘다. 과연 알리스와 미셸과 조셉이 이 사체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고독에 시달리던 에블린은 파리의 식당에서 일하는 아름답고 젊은 웨이트리스 마리옹(나디아 테레스키위즈)과 서로 눈이 맞아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마리옹이 에블린을 깊이 사랑하게 되면서 마리옹을 고독 풀이로 삼은 에블린과 심한 다툼이 벌어진다. 이어 얘기는 미셸과 아프리카 아이보리 코스트의 아비장에 사는 20대의 인터넷 사기꾼 아르망(기 로제 엔드랑)의 관점에서 서술되면서 무대가 아프리카로 옮겨진다. 아르망은 고독한 남자들에게 인터넷으로 아름답고 젊은 여자들을 소개하고 남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는데 여자들이란 것이 사진뿐이지 실존하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미셸은 아르망이 소개한 여자에게 깊이 빠지면서 이 사진의 여자와 마리옹이 한 사람이 된다. 한편 아르망에게는 아름다운 연인이 있는데 이 여자는 프랑스에 사는 돈 많은 남자의 정부다.
과연 알리스와 미셸과 조셉 그리고 마리옹과 아르망은 에블린의 실종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들은 모두 알게 모르게 에블린의 실종에 연관이 지어지면서 살인사건의 진범의 신원이 서서히 밝혀진다. 현대의 고독한 사람들이 고독을 벗어나려다가 저지르는 과오가 이 과오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타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고독에 관한 고찰이기도 하다. 몰 감독의 튼튼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 뉴아트극장(11272 산타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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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