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정권→민주화 과도기 대통령 전두환과 동기...5공 2인자
▶ 제 과오 용서 바란다” 유언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온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 악화로서 울대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 하고 이날 오후 생을 마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이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요양해왔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사인과 관련, 장기간 투병 중 여러 질병이 복합된 숙환이라면서 "허약한 전신 상태와 장기간의 와상 상태에 여러 합병증이 발생해 지병으로 인해 사망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45분께 서울대병원 응급실으로 내원한 후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오후 1시46분 결국 사망했다. 전날부터 저산소증, 저혈압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마와 싸우던 고인은 우연의 일 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 (1979년 10월 26일)과 같은 날 세상 을 떠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사망전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유족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위대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며 "내 생애에 이루지 못한 남북한 평화통일이 다음 세대들에 의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2년 12월4일 경북 달성군 공산면 신용리(현 대구 동구 신용동)에서 면 서기였던 아버지 노병수와 어머니 김태향의 장남으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경북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보안사령관, 체육부·내무 부 장관, 12대 국회의원, 민주정의당 대표를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은 육군 9사단장이던 1979년 12월12일 육사 11기 동기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 세력의 핵심으로서 군사쿠데타를 주도했다.
쿠데타 성공으로 신군부의 2인자로 떠오른 노 전 대통령은 수도경비 사령관, 보안사령관을 거친 뒤 대장으로 예편, 정무 2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초대 체육부 장관, 서울 올림픽조직위원장, 민정당 대표를 거치면서 군인 이미지를 탈색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5공화국 말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이을 정권 후계자로 부상, 1987년 6 월10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지명됐다.
이후 전두환 정권의 간선제 호헌 조치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하자 직선제 개헌을 약속하는 '6·29 선언' 을 발표함으로써 이른바 '1987년 체제' 탄생을 가져왔다.
'보통사람 노태우'를 슬로건으로 내건 노 전 대통령은 직선 대통령에 선출된 뒤 민주주의 정착과 외교적지위 향상, 토지공개념 도입 등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