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광활한 땅에 부드러운 능선‘별유천지’

2021-10-01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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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Ryan Mountain ( 5,457’)

광활한 땅에 부드러운 능선‘별유천지’

서쪽에서 바라본 Ryan Mountain의 풍경.

광활한 땅에 부드러운 능선‘별유천지’

등산로입구의 풍경.


광활한 땅에 부드러운 능선‘별유천지’

정상의 정경.


등산을 좋아하여 일요일이나 공휴일이면 거의 예외없이 이런저런 산을 찾아 다니다 보니까 자연히 우리 남가주의 이곳 저곳을 다양하게 보게 되는데, 해가 갈수록 우리 남가주의 광대하고도 다양한 지리적 특징에 감탄하게 되면서 동시에 이런 축복받은 풍요로운 곳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 충만감이 들곤 한다.

처음에는 LA와 Orange County, San Bernardino County를 중심으로 산을 다니다가 차츰 그 범위가 Riverside, San Diego, Ventura, Santa Barbara, San Luis Obispo, Kern 등 남가주 전역으로 확대되어지게 되었는데, 이들 각 지역들이 참으로 다양한 아름다움과 신기함을 간직한 지형적 지질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게 된다.

오늘은 Riverside와 San Bernardino County에 걸쳐있는 Joshua Tree National Park을 찾아 그 안에 있는 Ryan Mountain을 오르면서 우리 남가주의 또 하나의 특별한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보기로 하자


Joshua Tree National Park(JTNP)은 제주도면적의 약 1.7배가 되는 1,235평방마일의 크기가 되는데, Mojave사막과 Colorado사막이 나뉘는 경계지역에 걸쳐 있다.

서쪽은 주로 벌거벗은 암석들로 이루어진 산과 둔덕이 많으며, 평지부분은 Joshua Tree라고 부르는 독특한 모습의 “Yucca Brevifolia”가 질펀한 숲을 이루고 있어 이 공원에 그 이름이 붙게 되었다.

특히, 1억년 이상의 옛날에 형성된 암석들이 까마득한 세월동안의 지진 풍화 균열 침식 등의 작용을 거치며 상상을 초월하는 각양각색의 기기묘묘한 바위덩이들로 모양새가 바뀌어진 채 넓은 평원의 여기저기에 듬뿍 듬뿍 쌓여져있는, 아주 특이한 세상을 이루고 있다. “Wonderland”라고나 할까 아니면 “별유천지비인간”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경이롭기만 하다.

동쪽은 서쪽과는 다소 다른 생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바, Joshua Tree가 아닌 Ocotillo, Cholla Cactus, Barrel Cactus 등 선인장류 식물들이 주종이 된다.

이 JTNP의 지질형성과정을 필자의 피상적이고 어설픈 이해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조금은 더 체계적으로 서술해 본다. “대략 1억년쯤의 과거에, 이 지역 지구내부의 Magma가 지표 가까이로 솟아 오르게 된다. 이후 이 마그마가 서서히 냉각되어지면서 지하에 ‘Monzogranite(雲母화강암)’라는 암반층이 형성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잦은 지진활동과 냉각작용에 의한 강한 압박을 받게되어 이 화강암층이 수직으로 또 수평으로 무수히 균열/절리(節理)되어진다.

또 세월이 경과하며 다량의 빗물들이 이 갈라진 틈 사이로 들어가게 되어 결국, 수직/수평으로 절리된 ‘Monzogranite’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깎아먹는 침식작용(浸蝕作用)을 함으로써, 차츰 부드러운 형태의 ‘Monzogranite’로 변형시킨다. 그 후 산이 형성(造山)되는 지각의 융기활동으로 이 바위층이 지표 밖으로 돌출되어졌고, 거친 햇볕, 바람, 비, 온도 등을 통해 풍화되고 마모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이루게 되었다. 한편, 원래 지표를 덮고 있던 ‘Pinto gneiss(斑紋편마암)’지층은 아래로 또 옆으로 흘러 내려, 오늘날의 평원을 이루게 되었다. 이렇게 지표 밖으로 돌출되어진 바위들이 대량으로 한 군데에 쌓여 평원 위에 불쑥 솟아 봉을 이룬 것을 ‘Inselbergs’라 하고, 이 봉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을 ‘Inselbergs Fields’라 부른다. ‘Wonderland of Rocks’는 주로 Monzogranite(雲母화강암)로 이루어져 있다.”

Joshua Tree라는 이름이 탄생한 배경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회자되기로는, 1847년에 시작된 Mormon Immigration을 통하여 Utah에서 San Bernardino에 까지 그들이 신세계의 정착지를 찾아 내려오는 여정에서, 이 나무의 특이한 모양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그 들에게 약속의 땅을 안내하고 있는 여호수아(가나안 땅을 정복했던 옛 유대의 지도자)를 연상시키게 되었고 그래서 이런 이름이 부여된 것이라 한다.


그러나 Chris Clarke라는 Joshua Tree 연구가에 의하면 이 나무는 1865년 경부터는 Tree Yucca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1875년쯤부터는 Yucca Palm이라는 이름이 병용되었으며, Joshua Tree란 이름은 1885년 경에야 뒤늦게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데 Mormon(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교도들은 1857년에 그들의 지도자 Brigham Young(1801~1877)의 지시에 따라 Salt Lake지역으로 모두 복귀하게 되어졌으므로, 시기적으로 어긋나는 이야기라고 한다. 우리들 Californio에게는 다소 섭섭한 말이지만, 어쩌면 역시 이 Joshua Tree가 자생하고 있는 지역인 Utah주의 City of St. George의 서쪽 사막에 정착했던 사람들이 이 이름을 부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이름의 연원이야 어떻든, 이 특이한 식물은 용설란(Agave)과에 속하는 것으로 DNA분석을 통하여 판명되었다고 하는데, 나이테가 없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150년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으며 매년 1.5~3인치정도로 키가 자란다고 하는데, 처음 5년간은 좀 더 빨리 자라고 그 이후에는 성장속도가 느려진다고 하며, 현재 이 공원안에서 제일 키가 큰 나무는 40’에 이르고 있다 한다.

아메리카토착민들은 이 잎으로는 바구니나 신발을 만들어 썼고, 꽃잎이나 씨는 식용으로 활용했다고 하는데, 뒤늦게 정착한 백인들은 그 가지나 굵은 줄기를 집이나 목장의 울타리로 또 광산에서는 증기기관의 연료로 썼다고 하니, 이 점에서도 두 문명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음을 알겠다.

한편,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잘 보존된 아름다운 Joshua Tree National Park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Minerva Hamilton Hoyt(1866~1945)라는 백인여성의 역할이 아주 컸다고 한다.

1920년대를 전후하여 자동차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이 사막지역에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많이 몰려들게 되었고, 결국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이곳의 자연경관이나 식물의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어지기 시작한다.

이에 이 분이 선인장들과 Joshua Tree의 아름다움과 그 생태보전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뉴욕이나 런던 등의 지역을 순회하며 해당식물들을 전시하고 그 보호의 절박성을 계몽 역설하였고, Joshua Tree지역, Death Valley, Anza-Borrego사막들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였는바, 마침내 1936년에 루즈벨트 대통령이 825,000에이커에 달하는 이 사막지역을 Joshua Tree National Monument으로 지정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훨씬 뒷날인 1994년에는 급기야 Joshua Tree National Park으로 승격되어졌고, 2012년 8월에는 U.S. Board of Geographic Names(BGN)에서 Joshua Tree National Park의 최고봉인 Quail Mountain(5,814’)에서 동쪽으로 걸어서 45분쯤 걸리는 가까운 거리의 5,405’의 봉우리를 “Mount Minerva Hoyt”로 호칭키로 결의함으로써 마침내는 그 녀가 아끼고 사랑했던 바로 그 곳에 그 녀의 이름이 헌정되었다.

Ryan이라는 이 산의 이름은, 그 옛날에 이 산밑의 물이 나오던 곳에 정착했었던 Jep & Thomas Ryan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들은 이곳에서 3마일쯤 남쪽에 있었던 금광인 “Lost Horse Mine”을 Johnny Lang과 공동으로 소유했었던 광산업주였다고 한다. 이 “Lost Horse Mine”은 1890년 당시에는 이 지역에서는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어진 광산으로 약 9,000 파운드의 금을 산출해냈다고 하는데, 지금은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Site로 지정되어져, 대체로 잘 보존된 그 시설의 외양이 방문객들에게 보여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등산시작점에는 화장실이 딸린 주차장이 잘 조성되어있으며, 등산로도 시종 잘 닦여있어 걷기에 편안하다. 왕복 3마일에 순등반고도가 약 1200’가 되어 어렵지 않다. 왕복 2~3시간이면 충분한데, 이 공원의 서쪽부분의 중심부에 위치한 산이면서 특히 전망이 대단히 빼어나 산행 내내 Joshua Tree National Park의 원근의 이런 저런 특이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가는 길

10번 Freeway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Banning을 지난 다음에 SR 62가 나오면 이를 타고 북쪽으로 간다. SR 62는 처음에는 북쪽으로 가다가 차츰 동쪽을 향하게 되는데, 아무튼 이를 따라 약 27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Park Road가 나온다. 이 곳에 “Joshua Tree National Park”이라는 큰 간판이 있는데 이 곳에서 우회전하여 16마일을 더 간다.

“Keys View Road”가 오른쪽에 나올때 쯤에는 Park Road가 왼쪽으로 바짝 굽어지는데 이 지점에서 약 2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Ryan Mountain Trail이라는 표지판이 있고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 주차한다. 이곳까지 오는 중간에 공원안내 Kiosk가 있어 차당 입장료 20달러를 받는데, 공원안내지도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등산코스

주차장의 남쪽 중간쯤에 등산로 시작점(4391’)이 있다. 등산로 입구 부근에는 거대한 바위덩이들이 몇개 서있는데, 이들 바위들 사이를 지나며 시작되는 등산로는 중간에 여러번씩 우로도 굽고 좌로도 굽어지지만 큰 안목으로 보면 남쪽을 향해 대체로 반듯하게 나아가는 모양이 된다.

처음에는 어느 봉우리가 Ryan Mountain인지 알기가 어렵다. 등산을 시작한지 10분정도가 지날 무렵에, 등산로의 앞 오른쪽으로 보이는, 마치 새끼를 등에 업은 거북이가 산비탈을 오르고 있는 모양으로도 볼 수 있을 거대한 바위덩이가 붙어있는 남쪽 이웃 봉우리가 바로 Ryan Mountain이다. 단, 그 정상점은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줄기의 끝부분에 위치하므로 정상에 많이 가까와 질 때 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공원내 표지판이나 등산안내 책자에는 지금 언급한 거대한 바위덩이를 포함하여 돌출된 바위들이 많은 이 지역 일대를 특별히 “Oyster Bar”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가로로 갈라지는 이 일대의 여러 바위덩이들이 바다식품인 “굴”의 모양을 닮은 것으로 본 때문이 아닌가 싶다.

등산로는 전체적으로는 매우 완만한데, 경사가 다소 가파른 구간(시작점에서 부터 약 0.8마일이 되는 지점)에는 자연석을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아서 걷기에 안전하고도 편안하다. 등산로 어디에서라도 Joshua Tree National Park이 아니면 결코 볼 수 없을만한 독특한 전망들을 보게된다.

특히 북쪽으로, 가을걷이가 끝난 넓은 들판에 군데군데 볏짚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돌무더기들은 더더욱 장관이다. 광활한 평지에 이따금씩 모나지 않은 부드러운 곡선의 바위들이 크고 작은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대단히 거대한 바위와 바위봉이 밀집되어 접근키가 어려운 곳인데, 공식적인 지명이 ‘Wonderland of Rocks’이다.

멀리에서 보면 누군가가 평지에 널려있는 바위들을 거대한 갈퀴로 긁어서 여기저기에 봉긋봉긋 모아놓은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일찌기 이 지구상에 우리네 인간이란 존재가 출현하기 훨씬 이전에 이 지구별을 거쳐간 다른 어떤 거대한 생명체들이 빚어낸 흔적이어야 할 듯 하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산들의 능선을 보면서 걷다보면, 어렵지 않게 오르게 되는 정상에는 누군가가 트럭으로 서너대 분량은 족히 될만한 돌들을 수북히 쌓아놓아 이 또한 이채롭다.

“Ryan Mountain; Elevation 5457ft”라고 쓰인 표지판이 꽂혀있는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자면, 우리가 살아가고있는 지구별이 아닌, 공상과학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어떤 다른 세상에 서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신비감이 들기도 하는데, 이는 비단 나만이 느끼는 소감은 아닐 것이다.

하산을 마친 후,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면, 표지판을 따라 등산로입구의 바로 서쪽에 있는 ‘Indian Cave’를 둘러보며, 이 세상에 먼저 태어나 우리처럼 이 거친 한 세상을 살아냈을 옛 사람들의 자취를 더듬어 보자. 아무것도 아닐 무거운 욕심일랑 다 비우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v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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