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수 아성 텍사스 ‘사실상 낙태금지’

2021-09-0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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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주이상 낙태 제한법’ 시행, 민주·시민단체 거센 반발

▶ 바이든 “헌법상 권리 침해”

미국 보수주의의 아성인 텍사스주에서 강간 등을 포함한 어떠한 경우라도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새 낙태제한법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일명 ‘심장박동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낙태 금지 시기를 현행 20주에서 태아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기로 앞당기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통상 임신 6주가 되면 심장박동이 감지된다. 임신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할 수 있는 시점을 금지 시점으로 설정해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텍사스의 이번 조치가 지난 1973년 미국의 낙태권을 인정한 연방 대법원의 ‘로 v. 웨이드’ 판결 이후, 이를 거스르는 가장 강력한 낙태제한법이라는 분석이다.


텍사스는 그동안 임신 20주부터 낙태를 금지해왔다. 새 법에 따르면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의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주 정부는 불법 낙태 단속에서 손을 떼고, 낙태 시술 병원 및 낙태에 관련된 이 등에 대한 제소를 100% 시민에게 맡겼다. 불법 낙태 시술 병원 등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거는 시민에게 최소 1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낙태권을 찬성하는 이들이 법 시행을 막기 위해 소송을 내기도 어렵게 됐다. 단속이나 기소권을 주정부가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낙태를 원하는 여성을 시술소까지 채로 태워주기만 해도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등 낙태권을 옹호하는 단체들이 연방대법원에 텍사스주의 낙태제한법 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이날 연방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가처분 신청 기각에 손을 들었다. 대법원은 다만 이날 결정은 텍사스 낙태제한법의 합헌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텍사스주 법원 등에서의 다른 정식 소송 절차는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의 법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며 낙태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텍사스의 이 지나친 법은 주제넘게도 ‘로 v. 웨이드’ 판결로 확립된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며, 시민이 낙태를 도운 것으로 여겨지는 이에게 소송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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