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간교하고 이기적인 심리 범죄 서스펜스 스릴러

2021-09-03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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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태양은 가득히’(Purple Noon·1960) ★★★★★(5개 만점)

간교하고 이기적인 심리 범죄 서스펜스 스릴러

탐 리플리는 없는 자의 동경과 한을 살인으로 앙갚음 한다.

고약하게끔 매력적인 영화다. 프랑스의 절세 미남 알랭 들롱의 비수 같은 눈매와 푸른 바다가 태양빛을 받아 물결치는 듯한 니노 로타의 약간 서글픈 음조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영화다, 감독은 ‘금지된 장난’을 만든 르네 클레망. 원작은 미국 여류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주꾼 미스터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이 야무진 심리 범죄 서스펜스 스릴러는 간교하고 이기적이며 표독스러운데도 저항 못할 매력을 발산하는 주인공 탐 리플리 역의 알랭 들롱 때문에 개봉된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났는데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살기 차게 맵시 있는 작품이다. 특히 바다처럼 새파란 들롱의 눈동자가 표현하는 연기는 가히 일품이다. 들롱의 또 다른 매력은 약간 빈약하면서도 단단하고 균형 잡힌 상반신 육체의 노출된 살갗과 복장 차림새.

백수건달인 리플리는 나폴리 인근에 있는 작은 해안 도시 몬지벨로에서 애인 마지(마리 라포레)와 함께 허랑방탕한 날들을 즐기고 있는 부자 집 아들로 고교 동창인 필립 그린리프(모리스 로네)를 미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이 곳에 도착한다. 그 대가로 필립의 아버지로부터 5,000달러를 받기로 하고.


몬지벨로에서 만난 리플리와 그린리프의 관계에서 시종일관 계급투쟁의 긴장감이 팽팽히 감돈다. 그린리프의 모든 것을 탐내는 리플리와 친한척하면서도 리플리를 종처럼 무시하는 그린리프 간의 눈에 안 보이는 계급투쟁은 리플리가 바다 한 가운데로 나간 요트에서 그린리프를 날카로운 생선 칼로 찔러 죽인 뒤 바다에 유기하면서 일단 리플리의 승리로 끝난다. 그리고 총명하기 짝이 없는 리플리는 그린리프의 여권에 자기 사진을 붙이고 사인을 위조한 뒤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마침내 그린리프의 신원까지 도용한다. 이어 그는 마지마저 자기 것으로 만들 계획을 짠다.

‘태양은 가득히’는 1999년에 ‘재주꾼 미스터 리플리’라는 이름의 미국영화로 리메이크 됐는데 리플리로는 맷 데이몬이 그린리프로는 주드 로가 그리고 마지로는 그위니스 팰트로가 각기 역을 맡았다. 감독은 앤소니 밍겔라인데 원작만은 못하나 볼만하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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