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가을 생각
2021-09-02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이제 좋은 계절, 가을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9월입니다. 이쪽에서는 이달 초순에 아직 “인디언썸머”라고 가끔 늦더위의 마지막 몸부림을 느껴볼 수 있지만, 고국의 달력은 이달 가운데에 이슬이 맺어지는 백로절(9/7)과 밤과 낮의 길이가 같으며 가을의 중심인 추분절(9/23)을 보입니다. 아울러, 그사이에 민족의 가을 명절인 추석(9/21)이 있음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한가위 추석은 일천 수백 여 해를 지내오면서도 우리 배달겨레가 농경문화 시절부터의 아름답고 인정 많은 풍습으로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데, 조상님들께 감사하며, 가족과 친척 및 이웃들과 화목하게 자축하며 즐기는 바, 바람직하고 자랑스러운 민족 전통문화의 하나입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도 동포들이 함게 기념하는 관련행사를 가져왔는데, 올해에는 팬데믹 영향으로 방역차원에서 대면행사가 미루어지게 되어 아쉬움이 큽니다. 하지만 가정마다 형편에 따라 준비하고 즐겁게 누리시기를 기원하며 기대합니다.
우리의 행성 지구의 북반구 온대지방은 사계절을 보이는데, 우리들은 그를 통해 각각의 장점과 특성에 맞추어 살림살이를 해오고 있습니다. 안정과 휴식의 겨울을 지내며 추위를 견디다가 봄을 맞아 따뜻함에 발랄한 환희를 느끼고, 단련과 성숙의 여름동안 더위를 겪으며 지친 상태에서 가을의 시원함에 활기를 되찾게 되는데,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이 없다면 봄과 가을이 그토록 기다려지지 않겠지요. 아무튼, 항상 덥거나 추운 극지와 적도지역의 열대나 한대의 계절과 환경변화가 없는 생활을 짐작해 보면, 온대지역 환경에 머물러 사는 우리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이제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가을을 맞으며, 이를 인간 세계의 의식 및 행동양식과 견주어 보면, 극단적 사고와 과격한 행동의 문제점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과거와 현재의 정치와 경제 및 사회 문화적 이념과 운동들을 살펴보면, 대중을 위한 정책적 조화와 균형을 잃고 소수의 집권세력이 극도의 편향적인 방법으로 지배하던 국가와 민족 집단들은 이웃들에게 큰 위험부담과 불안요인이 되었으며, 마침내 자지러지고 사라져 간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 탈레반이 패권을 차지한 아프카니스탄 사태가 지구촌 언론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며, 과격한 무슬림들의 독선적이고 고착적인 변종 행태가 주목됩니다. 만약 정치와 종교 모두 민중에게 건전하고 행복한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존재의미와 가치가 어디에 있으며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 그 분야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이들은 심각하게 성찰해 보아야합니다. 역사적 경험으로 평가해 보면, 현재까지 바람직한 정부의 제도와 방식이 민주주의적임에 대부분 공감할 줄 압니다. 모든 권력이 민중으로부터 나오며, 서민의 인권과 복지를 위하여 공정하게 행사되지 않는 권력은 정당성이 없을 터. 소수 광신자들이 신정을 내세우며, 대중의 희생을 강요하는 행태는 결국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받으리라 예상됩니다. 과거 다수의 만류를 무시하고,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바미안 불상을 폭파한 테러집단의 말로가 비극적일 것으로 짐작하며 가엽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세계적 종교로서, 불교에서는 중도를, 유교에서는 중용을, 그리스도교에서는 온유를 가르치며 극단적인 지향을 경계하여 왔고, 본래 이슬람교도 평정과 관용을 내세우지만, 일부 변종 무슬림들이 복종만 강요하며 신정을 빙자하여 날뛰고 있으니, 종교인 전체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 실정. 사람을 위해 있는 종교가 주객과 본말이 바뀌어져 사이비들의 억지와 무지가 횡행하는 작금의 상황이 본분을 아는 집단지성을 통해 조속히 정리되기를 희망합니다. 가을바람에 무더위가 사라지듯이, 균형과 조화의 미덕이 되살아나서, 무지한 인간의 탐욕과 증오의 열뇌도 가라앉고, 자유와 평화가 활기차게 펼쳐지는 시원한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