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형사에서 무법자로 변한 옛 동료와의 액션 넘치는 대결’

2021-08-20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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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에서 무법자로 변한 옛 동료와의 액션 넘치는 대결’

형사 봉(다니 옌)이 지하철 역 구내로 도주한 전직 형사들인 고와 그의 일당을 쫓고 있다.

1980년대와 1890년대에 존 우와 재키 챈 그리고 자니 토와 링고 램 등의 영화로 붐을 이루었던 홍콩 액션영화를 연상시키는 액션이 작렬하는 흥미진진한 영화다. 지난 달 말에 중국과 홍콩에서 개봉됐을 때 첫 주말 박스 오피스 넘버 원을 기록한 영화로 홍콩 쿵푸영화 ‘입 맨’시리즈로 잘 알려진 다니 옌(‘뮬란’에도 나왔다)이 주연한다.

다니는 여기서 홍콩의 형사로 나와 과거 자기 파트너였다가 경찰에서 불명예 퇴진을 당한 뒤 무자비한 무법자가 된 니콜라스 체와 대결하는데 번잡한 홍콩 거리를 누비는 자동차 추격과 총알이 빗발치는 듯한 총격전 그리고 마치 폭력적인 발레를 보는 것 같은 육박전 등이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심장을 마구 흔들어대는 A급 오락영화다. 물론 액션 위주의 영화이니 만큼 인물들의 성격개발은 보기 좋은 액션에 못 미친다. 영화를 연출한 액션 전문 감독 베니 챈은 이 영화를 찍고 후반 작업 중 암으로 58 세로 사망했다.

액션 장면 중 압권은 자동차를 과속으로 운전하는 다니 옌과 그 옆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역시 과속으로 도주하는 니콜라스 체가 벌이는 손과 손을 이용한 육박전. 인파와 자동차로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이 액션은 가히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흥분되는 멋진 격투다. 이와 함께 보수중인 19세기 성당에서 벌어지는 다니 옌과 니콜라스 체와의 쿵푸 액션 대결로 장식되는 클라이맥스도 장관이다. 이런 믿어지지 않을 만큼 대담무쌍한 장면을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클래식 홍콩 영화가 생각나는데 액션 안무가 신기에 가깝다고 해도 좋겠다.


봉(다니 옌)은 과묵하고 업무수행이 뛰어난 홍콩 형사로 관료체제를 무시해 상관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 그러나 봉이 원체 유능한 형사여서 비록 그가 상관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지만 경찰은 그를 필요로 한다. 봉이 영화 시작에서 대규모 마약 범죄단 소탕작전에서 제외 된 것도 그가 부패한 자기 상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 늦게 현장에 도착한 봉은 5명의 가면을 쓴 괴한들이 남겨 놓은 무자비한 살육의 현장만 목격하게 된다.

5명의 괴한들은 모두 전직 형사들로 그들의 리더는 고(니콜라스 체). 이들은 범죄를 자백하지 않는 범인을 구타해 죽인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모두 퇴직 당했다. 이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정직한 봉이 고 등의 유죄를 확정짓는 증언을 함으로써 고는 자기가 모범 선배로 여기던 봉을 비롯해 경찰에 복수를 하려고 이를 가는 무법자가 된 것이다.

그로부터 4년 후 교도소에서 출소한 고와 그의 부하 4명이 무자비한 범죄를 자행하자 봉은 왕년의 동료였던 고를 추적하면서 치고 박고 쫓고 쫓기며 찌르고 쏘는 액션이 작렬한다. 마지막 성당에서의 액션 장면은 거의 감상적일 정도로 복고적인 분위기를 지녔다. 연기들도 좋은데 과묵하고 침착한 외유내강 형의 다니 옌과 무표정한 모습을 한 채 안으로 분노를 짓누르는 니콜라스 체의 콤비가 일품이다. 이들의 내면 성격 묘사가 좀 더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한 것과 다소 논리에 맞지 않는 각본이 흠이나 지난 주말에 개봉돼 흥행 1위를 차지한 라이언 레널즈 주연의 비디오 게임을 주제로 한 ‘프리 가이’보다 훨씬 나은 영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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