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상 높이뛰기 한국 신기록으로 4위…개인 최고기록도 단숨에 갈아치워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5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1일(현지시간)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다음 올림픽 목표는 우승이죠. 가능성을 봤습니다. 전 할 수 있습니다."
1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24년 묵은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일병'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선에서 2m35를 넘으면서 한국 신기록(종전 1997년 이진택 2m34)을 세웠다. 최종 순위는 4위로 한국 육상 트랙&필드 올림픽 최고 순위다.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 우상혁의 개인 최고 기록은 2m31이었다.
우상혁은 이날 결선이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기록을 1cm 올리는 데 4년이 걸렸다. 근데 와…. 올림픽에서 4cm를 깬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라고 기뻐했다.
신장이 188cm인 우상혁은 이날 2m37에 실패하고도 환하게 웃으며 '괜찮아'라고 포효했다. 어떤 의미였을까.
"높이뛰기 선수로서 자기 키의 50cm 이상은 마의 벽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2m38을 평생 목표로 잡았는데, 올림픽에서 2m37에 도전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고 꿈 같았어요. 근데 솔직히 넘을 수 있을 거 같아 '괜찮아'라고 말이 나온 것 같아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등한 기록을 세운 데다, 최종 순위가 메달권 '턱밑'이었던 만큼 아쉬울 법도 하다.
그러나 우상혁은 "(메달리스트들은) 저보다 더 힘들었던 선수들이어서 금메달을 갖고 갈 수 있는 것"이라며 "전 그 친구들에 비해 성장을 덜 했고, 후회는 없다"며 박수를 보냈다.
또 "난 어리지만, 그 친구들은 나이도 있다"며 "이제 제가 2m35 뛰어서 그 친구들이 저 무서워서 은퇴를 많이 할 것"이라며 너스레도 떨었다.
'한 끗 차이로 동메달을 따지 못해 조기 전역이 무산됐다'는 한 기자의 말엔 "정곡을 찌르시는데"라면서도 "그래도 육상의 한 획을 그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군대에 갔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2년 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던 그는 김도균 코치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우상혁은 "2019년에 부상으로 포기하려 했는데 지금의 김도균 코치님이 '넌 할 수 있다'고 했고, 믿고 정말 열심히 했다"며 "제가 고집을 부렸던 것 같은데 코치님이 그거 다 받아주고,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코치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