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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투혼·돌부처·세대조화’ 황금 조합이 해냈다

2021-07-27 (화)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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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서 대만 6대0 일축…김제덕 2관왕

▶ 4강 한일전 고비선 연장서 2.4㎝ 차이로 운명의 승리

‘패기·투혼·돌부처·세대조화’ 황금 조합이 해냈다

김제덕(왼쪽부터), 김우진, 오진혁이 25일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을 꺾고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권욱 기자]

오진혁(40·현대제철)은 오른쪽 어깨 회전근 4개 중에 3개가 없다. 지난 2017년 “수술해도 정상인처럼 어깨를 쓰기는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도쿄 올림픽까지) 3년만 버티자는 생각이었는데 1년을 더 버텨야 했다”고 돌아봤다. 어깨가 약해 가벼운 활을 쓰는 탓에 오조준하고 바람에 태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오로지 마지막 올림픽에 한 점 아쉬움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겨내야 했다.

투혼의 오진혁과 패기의 김제덕(17·경북일고), 돌부처 김우진(29·청주시청)의 황금 조합이 한국 남자 양궁을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남자 대표팀은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대만(덩여우정·당즈준·웨이준헝)과 치른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세트 스코어 6 대 0(59 대 55 60 대 58 56 대 55)으로 이겼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패 쾌거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 3연패를 이룬 남자 양궁은 2012년 런던에서 3위로 밀렸다가 다시 2연패에 성공하면서 왕조의 면모를 되찾았다. 막내 김제덕은 여자팀 안산에 이어 2관왕에 올랐고, 오진혁은 한국 스포츠 사상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세트에 6발 모두 10점을 뚫어 60점 만점을 작성하는 등 첫 두 세트를 따낸 한국은 3세트 들어 4연속 9점을 쏴 주춤했다. 이때 김제덕이 10점을 꽂아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오진혁이 또 10점을 쏴 경기를 마무리했다. 오진혁보다 스물 세 살 어린 김제덕은 목이 터져라 “오진혁, 파이팅!”을 외쳤고 맏형은 주문대로 10점을 꽂은 뒤 빙긋이 웃었다. 세대 조화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4강 한일전이 최대 고비였다. 한국인 김상훈 코치가 이끄는 일본은 한국과 4 대 4로 맞서 슛오프(연장)까지 끌고 갔다. 양 팀 한 명씩 돌아가며 한 발씩 쏘는 살 떨리는 승부. 두 번째 사수로 나선 고2 막내 김제덕이 일을 냈다. 중심에 바짝 붙은 10점을 꽂은 것. 최종 스코어 28 대 28로 끝났고 중심부에 가장 가까운 곳에 쏜 한국이 결승에 갔다. 김제덕의 10점은 중심에서 3.3㎝, 가와타 유키의 화살은 5.7㎝ 떨어져 있었다. 2.4㎝가 한일전 승부를 갈랐다.

김제덕은 혼성전 금메달을 딸 때와 똑같이 수시로 “코리아, 파이팅!”을 외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상대와 몸을 부딪치는 종목도 아닌데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경기 했다. 김제덕은 아버지가 지난해 초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2012 런던 대회에서 한국 남자 양궁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을 딴 오진혁은 베테랑답게 고비마다 10점에 꽂았고, 2016 리우 대회 남자 단체전 금메달 김우진은 바람과 상황에 대한 실시간 조언으로 에이스로서 중심을 잡았다.

혼성전, 여자 단체에 이어 3개 종목 금메달을 휩쓴 한국 양궁은 27일 있을 남녀 개인전 64강, 32강을 통해 5개 금메달 싹쓸이 도전을 이어간다. 남자 개인전 메달은 31일에 가려진다. 김우진은 “이제 (김)제덕이한테 치일 일만 남았다. 남자 양궁 최초의 3관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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