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최고 30도(86℉)를 웃돌고 자외선지수가 크게 높아지는 등 무더위가 더 빨라졌다. 한밤 중 실내 온도가 28도를 넘으면 체온과 수면 각성을 조절하는 뇌 시상하부에 문제가 생겨 잠을 자기 어려워진다.
우리나라 성인의 여름철 수면시간은 6시간 40분대로 사계절 중 가장 짧고, 하루 권장 수면 시간(7~9시간)에도 크게 못 미친다(한국갤럽).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숙면하려면 뇌가 밤이 왔다는 신호를 인식하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해야 한다”며 “하지만 열대야 현상은 한밤중에도 한낮과 비슷한 27~28도를 오르내리면서 뇌 시상하부가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해 불면증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여름철 수면 장애가 발생하면 일상생활 리듬이 깨지고 낮에 피로가 심해진다. 이로 인해 작업 능률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불면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다음날 밤에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는다.
이러한 만성적인 수면 장애는 우울증과 불안증 같은 정신 질환을 가져올 수도 있으며 신체적인 면역 기능과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초래해 소화기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내분비계 질환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저널에 수면이 부족하면 뇌가 스스로를 잡아먹는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탈리아 마르케 폴리테크닉대 연구팀이 실험 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잠이 부족하면 별아교 세포가 뇌의 시냅스 일부분을 실제로 잡아먹는 것을 관찰했다.
이 연구를 이끈 벨레시 박사는 “수면이 지속적으로 부족하면 오히려 알츠하이머병 등 다른 신경 퇴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열대야 등으로 수면 시간이 많이 줄어들면, 뇌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진규 원장은 “열대야로 인한 수면 장애라도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숙면을 취해 일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다”며 “잠자기 전에 술, 커피 등 카페인 성분이 있는 음료를 마시면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고, 잠자기 2시간 전에는 심한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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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