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 낙오자들의 보다 나은 삶을 쫓다 좌절하는 모습 담아

2021-07-09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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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공포의 보수’(The Wages of Fear·1953) ★★★★★(5개 만점)

인생 낙오자들의 보다 나은 삶을 쫓다 좌절하는 모습 담아

마리오가 다리를 다친 조를 기름 구덩이에서 건져내고 있다.

남미의 오지에 굴러들어온 4명의 인생 낙오자들의 보다 나은 곳에로의 탈출의 꿈이 무참히 좌절되는 모습을 숨 막히는 긴장감과 함께 날 것 같은 감정으로 그린 실존적 운명론의 드라마이자 스릴러다. 프랑스의 흑백명작으로 감독은 앙리-조르지 클루조.

남미의 라스 피에드라스는 외부 세계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지상의 연옥과도 같은 곳. 여기에 굴러들어온 어두운 과거를 지닌 4명의 유럽인들은 낙천적인 코르시카인 마리오(이브 몽탕)와 나이 먹은 프랑스인 갱스터 조(샤를르 바넬) 그리고 마리오의 룸메이트인 이탈리아인 루이지(폴코 룰리)와 냉소적인 홀랜드인 빔바(페터 반 아이크).

이 마을의 생존권을 좌지우지하는 미국 석유회사 서던 오일의 유정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회사 측은 진화용 나이트로글리셀린을 트럭으로 운반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마을에서 유정까지는 험한 비포장 산길로 300마일. 나이트로글리셀린은 약간의 진동에도 폭발하는 화학제로 마리오 등 4명은 둘씩 짝을 지어 각기 2대의 낡은 트럭으로 이 화학제를 목적지까지 운반하기로 자원한다. 자살이나 다름없는 이 작업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 마을을 떠나려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마리오와 조가 먼저 떠난 뒤 루이지와 빔바가 이들의 뒤를 따르고 이들은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면서 목적지를 향해 트럭을 몬다. 그리고 마리오는 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조를 차에 태운채 목적지에 도착한다. 마리오는 보수로 받은 돈으로 파리로 돌아갈 생각에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불면서 트럭을 몬다. 그런데 ....

인간의 용기와 비겁의 발가벗은 초상화이자 미국회사들의 제3세계에 대한 제국주의적 착취 및 자연파괴 등을 그린 스릴 있고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야수성 가득한 명작이다. 배우들의 다양하고 특색 있는 연기도 훌륭하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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