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수선회(修禪會, Northern California Korean Zen Association)는 이름 그대로 선(禪)을 닦는(修) 모임(會), 즉 참선모임이다. 수선회가 최근 돌리는 알림장 등에서 쓰는 표현으로는 ‘선 수행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아가는 한인 공동체’다.
참선모임 혹은 명상클럽 같은 단체는 북가주 한인사회에만 있는 건 아니다. 남가주에도 있고 동부에도 있다.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온라인 참선모임도 한둘 아니다.
그러나 북가주 수선회는 여느 유사모임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뭔가를 갖고 있다. 약 15년 전 수선회 창립 때부터 간직해온 전통이다. 수선회 창립멤버들의 특별한 초심이기도 하다. 그것은 수선회를 이끄는 소수의 일꾼들(이사진 및 운영진)이 선방유지비 각종행사비 등 돈 드는 모든 것을 책임지되 그 혜택은 모든 이들에게 회향한다는 것이다.
용타 스님(전 삼보사 주지, 한국명상지도자협회장)의 기초교리강좌, 범휴 스님(전 삼보사 주지, 현 남가주 금강선원 원장)의 중론 특강, 능인선원 지광 스님 초청 열린 강연회,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진월 스님의 담선법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과거 수년동안 선방이 때로는 차향 속에 차담을 나누는 다도회의 모임터로, 때로는 크고 작은 불교행사 준비모임 장소로 애용되곤 했던 것도 수선회의 창립초심에 바탕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수선회의 모든 일이 다 술술 풀린 건 아니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창립멤버들 대부분이 ‘너무 멀리, 너무 오래’ 흩어지게 됐다. 한혜경 보살은 조지아주로, 유인 거사는 한국/중국으로(현재 북가주), 달오 거사는 남가주로, 학산 거사는 뉴욕으로... 이쯤 되면 수선회는 해체가 답이었을 터다. 그게 아니다. 무려 10년 가까운 흩어짐 속에서도 수선회 사람들의 초심은 변함이 없었다. 객지의 창립멤버들은 수시로 수선회에 관심과 애정을 표하며 여경 보살, 지은경 보살 등 수선회와 선방을 외로이 지키는 도반들에게 힘을 실었다. 2019년 말~2020년 초, 폐쇄 직전까지 갔던 선방을 되살려내기도 했다.
시련은 홀로 오지 않았다. 가까스로 선방을 살려내니 코로나19가 닥쳤다. 선방 활성화 계획은 첫 시행도 전에 벽에 부닥쳤다. 작년 3월부터 꼬박 1년4개월, 수선회 선방은 닫힌 도량이 됐다. 수선회 도반들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코로나 이후에 대비해왔다. 올해만 해도 2월과 4월에 두 차례 총회를 열어 회장단을 새로 선출하고(△이사진: 한혜경 보살, 유인 거사, 달오 거사, 여경 보살, 지은경 보살 △운영진: 회장 달오 거사, 서기 여경 보살, 재무 지은경 보살) 선방 리스 재계약, 창문과 카펫 새단장을 비롯한 내부 정리정돈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닫힌 기간’에 의외의 성과도 있었다고 한다. 작년 말부터 매달 넷째주 금요일 저녁에 5~8명의 회원들이 온라인 미팅을 갖고 주제토론 등 법담을 나누고 기록했다. 하다 보니 이 또한 소중한 수행의 한 줄기임을 알아차렸다. 앞으로도 도반과 함께하는 온라인 수행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올해 11월 말 완전오픈을 목표로 수선회 웹싸이트를 준비중이다.
수선회가 이번 일요아침 정기참선(매주 일요일 아침 7시 Sunday Meditation: Every Sunday 7:00 AM : 7:00 am - 7:45 am 참선 (sitting meditation), 7:45 am - 8:00 am 포행 (walking meditation), 8:00 am - 8:45 am 참선 (sitting meditation) 재개를 알림과 동시에, 우리말과 영어로 ‘모두를 위한 선방 활성화’ 방안을 다음과 같이 내놓은 것 또한 수선회 사람들의 치밀한 준비와 변함없는 초심을 보여준다.
“선방의 활성화를 위하여 수행을 위한 장소로 선방이 이용되는 것을 적극 환영합니다. 참선그룹, 경전공부 그룹, 북클럽, 사경, 요가, 다도 등 그룹 활동을 위한 장소가 필요하시면 선방이 사용되지 않는 시간대를 골라 운영회의 승인을 거친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용 신청은 사용 목적과 원하는 시간대를 적어 koreanzen@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
수선회 참선 프로그램에 관한 각종 궁금사항도 위 전자우편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
<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