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팬데믹 -수필 우수상-

2021-07-07 (수) 홍성희/스태튼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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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2020년 평생의 오지 않는 단 한번 뿐인 2020년. 나는 2월6일 남편과 변호사 동생부부와 조지아에 사는 사촌 동생부부의 시카고에 사는 사촌 남동생 부부, 한국에서 온 교장 동생 이렇게 아홉 식구가 플로리다로 골프여행을 갔다.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팔십이 넘은 이 나이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기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하고 골프장으로 가고 저녁은 해 먹거나 가끔은 외식을 하기도 하고 또 여러 식구가 함께 사용하다 보니 숙소에 세 개 있는 샤워실도 골프 치고 오면 기다려가면서 사용해야 하는 조금은 복잡하고 전쟁 같을 때도 있었지만 하루하루 힘든 줄 모르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모두 모여서 윷놀이 한판에 1달러 씩 벌금, 나는 처음에는 잘 나가다가도 곡 매번 꼴찌로 떨어진다. 그래도 좋다. 그리고 내 어릴 적 옛날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큰 아버지, 큰 엄마, 작은 아버지, 작은 엄마, 둘째 이신 내 아버지와 모두 모여 설 명절 추석 명절 대소사에 일꾼 부부와 동네 새댁들 다 모여 제사상 차리느라 분주하던 이야기도 한다.


우리는 모여 고무줄 하고 장난치고 먹고 놀며 너는 못생겼다 서로 잘난 척하며 즐거운 때 추억을 생각하며 옛날에 제사는 12시가 지나야 돌아가신 조상님의 혼의 오신다고 그 시간에 제사를 지내신다. 그래도 우리는 제사상에 올렸던 곶감, 색색이 사탕, 사과, 배, 밤, 떡, 부치미며 맛있는 다식 등, 그 맛있는 음식들을 밤 12시가 지나서야 먹을 수 있었다. 잠이 와도 참고 눈을 끔뻑이면서 기다린다. 그래도 좋았다.

너무 너무 행복했던 추억이었다. 탕국에 흰 쌀밥 그때 그 추억을 생각하며 우리는 이렇게 모여 추억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각자 방으로 향하던 순간 갑자기 뉴스에서 코로나가 어쩌구 한다. 코로나가 무엇이지? 오늘은 사람이 실려 가고 몇 사람이 죽었단다. 이게 무슨 소리야 사람이 갑자기 왜 죽어 그 코로나가 무엇이야. 코로나가 무엇이지를 반복하며 이제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구나. 이제는 인간한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죽는다는 말에 끔찍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빨리 뉴욕으로 가야 되겠구나.

그래도 어떻게 지금 갈 수도 없고 호텔예약이 한달인데 어쩌나를 반복하며 뉴스에 매달려 즐거움도 기쁨도 도망가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로 죽는 사람 불쌍해서 어쩌나 뉴욕 전화통에 불나도록 돌려 대고 오늘은 몇 사람 실려 가고 몇 사람이 죽었다더라를 되뇌며 한달만에 뉴욕으로 간다고 하니까 뉴욕은 더 위험하다고 비행기 타는 것도 위험하고 한다.

한달 더 연기해서 더 있다 오시라고 한다. 그렇지만 식구들과 같이 지내야지 한달을 살고 올라오려고 하는데 비행기 표도 없다고 한다. 싼 비행기 표가 있다고 해서 급히 예약을 했더니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아 웬일인가 했더니 사기를 당한 거란다. 황당하고 호텔은 비워야 하고 생각 끝에 시카고 가는 동생한테 부탁을 해 보았다. 식구가 다섯, 골프채가 네 개, 가방 다섯 개 이거 다 한 차에 실으려 하니 문제가 컸다.

그래도 실어보자 하니 동생이 조금 화가 난 듯하고 조금 미안했지만 결국 다음날 떠나기로 했다. 호텔에 있을 때는 대비마마 대하듯이 매일 아침 커피도 타다 주고 올라갈 때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까지 내려왔다. 그러니까 대비마마에서 무수리가 돼 있더라. 그래도 뉴욕만 갈 수 있다면 좋았다. 하루 종일 달려 어디 쯤 인지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도 못 먹고 또 떠났다.

오는 길에 햄버거가 최고의 식사였다. 휴게소는 별로 쉬어 가지도 않는다. 뉴욕을 거쳐 시카고를 가야 하니 막 달리는 거다. 우리 집에서 하루만 자고 내일 가라고 했지만 그냥 가겠다고 해서 무수리가 찍 소리도 못하고 그렇게 하기로 하고 한국에서 온 동생이랑 세 식구만 내리고 밥만 먹고 시카고로 떠났다.

그렇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집에 와보니 대학간 고등학생 손자, 중학교 손자도 학교 문턱도 못 넘어보고 학년에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한사람 한사람 인생이 각자인데 이게 무슨 일이 이렇게 끔찍한 세상이 다 있나. 이게 다 기성세대 그릇된 판단과 환경오염이 만든 병일까 하는 죄책감과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지금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먹고 사는 일. 한국에서 온 동생은 우리 집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그냥 어울려 몇 달을 살다가 이젠 가야 된다고 짐을 챙긴다. 한국보다 여기가 더 안전하다고 못 가게 말려도 봤지만 그래도 가야 된다고, 세금도 내고 보험금도 내고 가서 14일간 자가격리를 해도 간다고 했다. 그리고 떠났다. 비행기 타도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가자마자 자가격리를 시작한다.

네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가택연금을 당하니 농담을 하고 나니 좀 미안했다. 한국에서 자가격리는 이렇게 한단다. 봉사자분들이 매일매일 세끼먹을 밥, 반찬을 가지고 와서 띵동 벨누른 소리에 얼른 문을 열고 나가지도 못하고 손을 내밀고 받는다. 처음 하루는 눈물밥을 먹고 다음날부터는 즐겁게 받아 먹었단다. 그렇게 해서 매일매일 전화 확인하고 이렇게 해서 2주간 격리가 끝나는 시간 밤 12시에 언니 나 내일이면 자가격리 끝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자가격리는 끝이 났다.

세상에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심지어 마트에서는 쌀도 없고 라면도 없단다. 전쟁보다 더 큰 난리를 겪으면서 코로나보다 못한 인생 어떻게 하면 이 힘든 코로나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가 있을 까. 하느님 도와주세요. 그리고 우리 아들딸들 사위 모두 가게도 못 나가고 집에서 먹는 타령만 한다.

그래도 온 가족이 건강만 하면 걱정이 없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손자들과 손녀는 집에서 아침 8시 반이면 인터넷 공부를 3시까지 학교 공부를 한다. 간식시간 10분,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것도 애처롭다. 그래도 집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 우리 동래 코로나로 죽은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집에서 꼼짝도 안한다. 안타깝다.

그런 와중에 훌륭하신 박사님 그 분야에 계신 모든 분들 덕분에 백신을 개발해서 2021년 1월 20일 모더나 1차 백신을 맞게 예약을 했다. 우리도 이제는 살았구나. 그리고 2차를 2월 18일에 맞고 1, 2차 다 맞고 나니 그래서인지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 것 같다. 이제는 골프도 치러 나가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감자기 며느리가 가게 갔다 오더니 목이 아프고 춥다고 한다. 손녀딸은 약간 미열이 있고 냄새를 못 맞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 며느리 모두 검사 받아봐라.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고 한다. 뭐라고?? 아이구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 그 소리가 무엇인지 지금 바로 그 고통이 내 심장소리와 같다. 아이구 하느님 살려주세요. 우리 식구 모두 살려주세요. 앉으나 서나 살려주세요.

우리는 한 식구만 걸려도 온 가족 다 걸린다. 왜냐하면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 우리 부부는 첫번째 집에 살고 큰딸부부와 두 아들 공군사관학교 졸업한 큰 아들과 대학생 둘째 아들은 두번째 집에 살고 막내 딸 사위 아들 세 식구는 세번째 집에 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대 가족 속에서 그날그날 박장대소하고 지지고 볶고 행복하게 산다고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받고 살았다.

그렇지만 이 나쁜 코로나는 어디서 왔는지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걷는 심정으로 지내고 있다. 하느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루에도 몇 번씩 열을 재보면서 괜찮니, 얼마나 아플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며느리 손자 손녀는 일주일이 지나고 아무일 없다는 듯 일어나서 며느리는 가게에 나가고 아이들은 공부를 계속 잘하게 되었지만 아들은 계속 아팠다.

어떠니 하니까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프다고 했다. 내 몸도 부서지는 듯 속이 상했다. 2주가 지난 그날 아들이 아침에 일어났다. 괜찮니 하니 괜찮아 엄니 하며 이불을 다 걷어다 빨고 샤워를 하고 나오는 것이다. 이불을 왜 빨아 내가 빨텐데 했더니 엄니 괜찮아요. 이제 다 나았어요. 했다. 우리 아들이 일어났다. 그냥 일어났다. 우리 아들 장하다. 정말 장하다.

두 딸 사위도 다 걸렸지만 다행히 미미하게 지나갔다. 코 막히는 병, 냄새 못 맞는 병, 설사하는 병, 기침하는 병, 나는 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자식들 아픈데 나만 살면 어떻게 해. 그리고 아들 며느리 큰사위 큰 딸 작은사위 막내딸 모두 1차 백신을 맞고 2차 백신을 맞는 5월4일이면 모두 끝난다. 진짜 하느님 감사합니다. 팔십 넘어 살다 보니 이런 험한 일도 있구나 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이 힘든 시기를 잘 넘기고 지금 이 글을 씁니다. 처음 쓰는 이글이 얼마나 허술하고 쓸모없는 글이지만 전문가 분들이 읽고 판단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몹쓸 코로나야 코로나야 아주 몹쓸 코로나야
몸통도 없고 형체도 없는 눈 코도 귀도 없는 미물인 네가
만물에 영장이라는 인간을 죽이고 세계를 멈추게 하고
인간이 사는 나라를 멈추게 하고 지구상에서 떠나라 인간을 그렇게 죽이면 안돼.
너 백신의 힘을 봤지.
머지 않아 인간 곁에서 사라질 것이다.
2021년 4월 5일 홍성희

■ 수상 소감
코로나 팬데믹 -수필 우수상-

홍성희


평생을 살면서 학교 다닐 때 빼고는 상을 받는 다는 것 자체로 황송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더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었을 텐데 이런 큰 상을 주니 남은 생애 큰 힘과 용기로 훌륭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

<홍성희/스태튼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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