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팝송 산책] 오리지널 곡을 능가하는 명곡 시리즈 (1) The House Of The Rising Sun (해 뜨는 집) / The Animals

2021-07-02 (금) 12:15:57 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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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우린 언제나 제일 먼저 레코딩한 원조를 찾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원조 노래에 익숙해져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는 별로 내키지 않아한다. 그 결과 원조 가수들의 노래만 줄곧 듣고 사랑한다. 이번 시리즈는 원조 가수를 능가하는 노래들을 찾아 소개해본다.

1964년은 팝 음악계에 새로운 역사를 기록한 뜻깊은 한 해였다. 시대의 흐름을 바꾸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름 아닌 영국의 4인조 록그룹 ‘비틀스’가 미국에 상륙하여 틴에이저를 열광시킨 사건이다. 그들은 ‘I Wanna Hold Your Hand’, ‘She Loves You’, ‘Twist And Shout’ 등의 노래로 비틀스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영향으로 항상 미국 팝 음악을 수입하던 영국은 반대로 미국에 수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비틀스’의 성공으로 이후 수많은 영국 가수들이 미국에 진출했다. Dave Clark 5, Gerry & The pacemakers, The Searchers, Peter & Gordon, Peters Clark, Dusty Spring)eld, 그리고 The Animals 등이다. 이 현상을 미국의 평론가들은 ‘영국의 침공’(British Invasion)이라 칭할만큼 미국 입장에선 하나의 큰 충격이었다. 팝 음악에 있어서 영국을 미국의 음악을 모방하던 후진국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1960년부터 시작된 트위스트 댄스 광풍이 서서히 시들고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서핑 뮤직이 그 자리를 채워 한창 기승을 발휘한 시점이었고 Beach Boys와 Jan & Dean이 그 대표 주자였다. 한국에서 큰 유행을 이루었던 ‘고고’ 음악이 서서히 자리잡던 때였다. 1964년 무더운 8월 중순 필자는 주한 미군을 위한 라디오 방송(AFKN)에서 방송되던 The Animals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처음 듣고 한동안 멍했다. 그들의 음악이 너무도 강렬해 지금도 당시 느꼈던 황홀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리더 기타 Hilton Valentine의 강렬한 연주, Alan Price의 현란한 오르간 연주, 그리고 Eric Burdon의 야성미 넘치는 목소리. ‘세상에 이들보다 이 음악을 더 잘 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The Animals보다 이전에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우리들에게 그렇게 관심을 주지는 못했다. Bob Dylan, Nina Simone, Glenn Yarbrough, Libby Holman, Peter Seeger 등이 포크 또는 블루스 스타일로 음반을 내놨다.

이 노래 발생지는 중세기 영국에서 발생했다는 얘기. 프랑스 루이 16세 때 알려진 노래인데 미국으로 이민 간 프랑스인들이 미국으로 전파했다는 설. 1920년대 경 미국의 광부들이 처음 소개했다는 설. 그러나 아직도 확실하게 증명된 설은 없다. 미국의 포크 가수들이 틈틈이 부르던 노래인데 1933년 Clarence Ashley 와 Gwen Foster가 처음으로 음반을 출간했다. 이들의 얘기로는 자신들의 할아버지로부터 이 노래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가사 내용도 성별이 때때로 바뀌었다. Boy에서 Girl로, Girl에서 Boy로 가수에 따라 다르게 불렀다. 그러다가 1941년 포크 송의 대부 Woodie Guthrie가 레코드한 후 대중에게 조금씩
알려지게 됐다. 한 때 한국에서 이 노래가 금지곡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Girl로 표현할 때 Girl의 직업이 매춘부라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으로 지적되었다.

“뉴올리언스에 한 집이 있었네. 모두들 해 뜨는 집이라고 부른다. 많은 청소년들이 범죄의 소굴로 접어든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는 분이었다. 때때로 새로 산 청바지를 고쳐 주었죠. 아버지는 여행용 가방만 필요로 하는 도박사이다. 그가 행복해 하는 시간은 오직 술을 마시고 취할 때 뿐이다. 오! 어머니 동생들에게 말해주세요. 해 뜨는 뉴올리언스 집에서 범죄와 비참한 삶을 살아온 나처럼 되지않도록. 자! 이제 나의 한쪽 발은 플랫폼에 있고 또 다른 발은 기차에 오르고 있습니다. 뉴올리언스에 있는 해 뜨는 집으로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난 불행하게도 쇠사슬을 차고 있습니다. 뉴올리언스에 해 뜨는 집이 있었죠. 많은 청소년들을 범죄의 길로 몰아넣는 곳이죠. 난 그 중의 한 명이었죠.”

노랫말 가사는 한 청년이 지난 시절을 후회하며 또 다른 청소년이 자신처럼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세상에 간곡히 애원하는 내용이다. 음악 패턴은 블루스 바탕에 록 음악을 접목했으며 잘 조화된 편곡과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연주, 그리고 그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Eric Burdon의 목소리가 팬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우렁찬 호랑이가 세상을 향해 표호하는 것 같이 들린다. 이렇게 모두 잘 함께 버무러져 만든 이 음악은 세월이 지난 지금 들어도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다른 가수들이 부른 노래들은 전혀 듣고 싶지 않도록 하는 이 곡은 음악 장인들이 만든 걸작품의 하나로 평가된다.

<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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