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규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흔히 나타나는 무릎 부상의 하나인 전방 십자인대 파열은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서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조깅이나 달리기, 농구, 축구 등은 무릎 부상 위험이 높은 운동이다. 이 같은 운동을 하다가 입는 대표적인 부상이 바로‘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다. 운동선수들에게 선수 생명을 좌우하는 치명적인 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십자인대 수술 치료 전문가’ 이진규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전방 십자인대가 완전 파열되면 인대 연결이 소실되고 파열면이 관절 내에서 관절액에 계속 씻겨 나가기에 정상적으로 치유되기 어렵다”며“이때 자신의 힘줄로 재건하는 수술(자가건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으면 다시 파열되는 빈도도 낮고, 빨리 회복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18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축구팀 닥터를 지냈으며 현재 여자국가대표농구팀 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십자인대 파열이란.
무릎 관절 속 중앙부에 십(十)자 형태로 엇갈려 있는 인대가 2개 있다. 앞쪽에 있는 것이 전방 십자인대이고, 뒤쪽에 있는 것이 후방 십자인대다. 십자인대는 주로 무릎 관절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게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전방 십자인대는 허벅지와 종아리뼈 사이에서 종아리뼈가 앞으로 흔들리는 것을 막고, 후방 십자인대는 뒤쪽으로 흔들리는 것을 막는다.
심한 운동을 하다 보면 십자인대가 파열되기 쉽다. 전방 십자인대 손상이 후방 십자인대 손상보다 훨씬 많이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방 십자인대 파열 환자가 2015년 3만8,000명에서 2019년 4만1,000명으로 4년 새 3,000명이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2019년의 경우 20대가 31.5%(1만3,000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 20.6%(8,000명), 40대 16.5%(7,000명) 순이었다.
전방 십자인대 파열을 예방하려면 운동하기 전 스트레칭으로 경직된 관절과 근육을 충분히 풀어야 한다. 또 운동 시 무리한 점프나 방향 전환을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허벅지 근육을 강화해 주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프 스쿼트나 레그 익스텐션, 레그 프레스 등의 운동이 권장된다.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이유와 증상은.
전방 십자인대는 빨리 달리다가 멈추거나, 갑자기 방향을 바꿀 때, 점프 후 착지하다 관절이 뒤틀려 축회전 혹은 과신전(過伸展) 될 때 ‘퍽’ 혹은 ‘툭’하며 파열될 때가 많다. 이런 동작이 많은 축구ㆍ농구ㆍ배구 같은 격렬한 스포츠에서 자주 발생한다.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혈액 공급이 풍부한 조직이다 보니 파열 순간 다량의 피가 무릎 관절 안에 고이기 때문에 손상 직후 무릎을 잘 구부릴 수가 없고 땅을 딛기도 힘들어진다. 또한 심한 통증으로 움직이기조차 힘들어진다.
전방 십자인대가 완전 파열되면 비수술적 방법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 완전 파열의 경우 인대 자체의 연결이 소실되고 파열면이 관절 내에서 관절액에 계속 씻겨 나가기 때문에 정상적인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부분 파열이면서 40~50% 이상 기능이 남았다면 환자 나이, 활동량 등을 고려해 보존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전방 십자인대가 완전 파열됐다면 젊거나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재건 수술을 권한다. 인대를 재건할 때 뼈에 터널을 뚫고 이식물을 통과시켜 고정해야 하므로 정상적인 전방 십자인대보다 2.5배 이상 길이가 긴 조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체 다른 부위에서 충분한 길이의 인대를 가져올 수 없으므로 인대 대신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조직인 건(腱ㆍ힘줄)을 사용한다.
-전방 십자인대 수술에 자가건이나 동종건이 쓰이는데.
자가건은 말 그대로 환자 자신의몸에서 이식 힘줄을, 동종건은 사체에서 구득(求得)한 힘줄을 말한다. 동종건을 이용한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은 상품화 과정 도중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탈세포 및 냉동 과정을 거치므로 자가건보다 생물학적 치유 과정이 열악하다. 따라서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자가건을 이용한 재건술이 적극 권장된다. 특히 18세 이하 스포츠를 즐기는 남성이나 운동선수가 동종건을 사용해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을 시행하면 자가건을 사용할 때에 비해 재파열이 4배 이상 늘어난다.
-전방 십자인대 재건을 위한 기초 연구 상황은.
환자들이 대부분 운동선수이므로 수술로 부상 전 무릎 상태로 조금이라도 더 회복되도록 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건 조직 채취 시 발생하는 근육 조직 및 파열된 전방 십자인대에서 기원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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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