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달 4개 보태면 34개로 올림픽·세계선수권 체조 최다 메달리스트
▶ 체조복에 새겨진 ‘염소’ 자부심…펠프스·볼트와 더불어 ‘GOAT’ 반열에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점프력 선보인 바일스의 도마 연기 [로이터=사진제공]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경기가 열리는 아리아케 체조센터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체조 선수 반열에 오를 시몬 바일스(24·미국)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일스의 경쟁자는 바일스 자신일 정도로 그의 적수는 없다.
바일스는 처음으로 출전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 기계체조에 걸린 6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휩쓸었다.
단체전과 개인종합, 도마,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균대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고, 이단 평행봉에서만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해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바일스는 1988년 서울올림픽의 다니엘라 실리바슈(루마니아) 이래 28년 만에 단일 올림픽에서 출전한 모든 경기의 메달을 딴 여자 선수다.
실리바슈는 당시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단체전과 개인종합에서는 은메달을, 도마에선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6개 종목에서 메달을 모두 땄다.
이미 전설이 된 바일스는 도쿄에서 리우의 성과를 넘어 체조사의 신기원을 열어젖힐 기세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통산 금메달 1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수집한 바일스는 올림픽을 합쳐 두 개의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3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바일스가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3개를 보태면 러시아의 라리라 라티니나(32개)를 넘고, 4개를 따면 역대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 최다 메달리스트인 벨라루스의 비탈리 셰르보를 밀어내고 이 부문 새 주인공이 된다.
이미 세계선수권대회 최다 메달에선 23개를 딴 셰르보를 넘어섰다.
현재 기량을 볼 때 바일스가 체조 분야 최다 메달 신기록을 쓸 확률은 무척 높다.
바일스는 미국체조선수권대회에서 도마,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 4개 종목 점수를 합산하는 개인 종합에서 올해까지 7차례나 우승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개인 종합과 마루운동은 5번씩 제패했고, 평균대는 3번, 도마는 2번 석권하는 등 현존 최고봉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바일스는 또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을 4개나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집에 등록했다.
마루운동에서 바일스 1, 바일스 2 등 2개의 신기술을 펼쳤고, 도마와 평균대 기술도 1개씩 보유했다.
키 142㎝에 불과한 체조 요정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점프와 완성도 높은 기술로 도쿄 무대도 평정을 예고했다.
워낙 압도적인 기량 덕분에 바일스는 마이클 펠프스(수영·미국), 우사인 볼트(육상·자메이카)와 더불어 시대를 초월한 해당 종목의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뜻하는 'G.O.A.T'(Greatest Of All Time)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펠프스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23개를 획득했다.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인간 탄환 볼트 역시 100m와 200m를 3회 연속 휩쓰는 등 올림픽 금메달 8개를 가져갔다.
바일스는 최근 경기 때 입는 체조복인 레오타드에 염소를 새겨 넣어 시선을 끌었다. 염소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GOAT와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뜻의 앞 글자 조합인 GOAT가 같아 많은 화제를 뿌렸다.
바일스는 세계 최고라는 자신의 기량을 부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들에게 반격하고자 염소를 새겼다고 밝혔다.
비방하는 팬들은 이를 더욱 싫어하더라도 자신의 팬들은 염소를 좋아할 것이라며 체조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되기 위한 정면 돌파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체조복뿐만 아니라 슬리퍼에도 '골디'라는 애칭의 염소를 새기고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바일스는 또 미국 체조계의 구조적인 성추행·성폭행 적폐를 척결한 위대한 여성이다.
그는 30년 이상 150명이 넘는 선수들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폭행을 자행한 전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게 당한 희생자 중 한 명이라고 2018년 용기 있게 고백했다.
미국 사법부는 체조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나사르를 징역 175년형으로 단죄했고, 이후 미국체조협회는 파산했다. 전원 물갈이된 새로운 체조협회와 함께 악몽을 잊고 바일스는 도쿄 신화를 준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