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건파 단일후보 약세
▶ 핵 합의 복원에 암운

라이시가 지난 15일 수도 테헤란에서 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중동의 대표적 반미 이슬람 국가 이란의 대미 노선이 한층 더 강경해질 전망이다. 미국에 뻣뻣한 보수파 후보의 당선이 기정사실로 여겨질 만큼, 1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의 판세가 크게 기울었기 때문이다. 이란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한 미국 등 서방의 협상도 강경파 정권을 상대로는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16일 이란 언론에 따르면, 선거 이틀 전인 이날까지 강성 보수 진영 내 대표적 성직자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사진)가 대선 레이스에서 압도적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이란 국영 방송 여론조사 결과, 투표 참여 의향을 보인 응답자의 58.4%가 그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현재 최고지도자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 결정권을 갖고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이기도 한 라이시는 사실 애초 가장 당선이 유력한 후보였다. 2위와의 격차가 워낙 큰 데다, 이날 사퇴한 두 보수 후보인 사이드 잘릴리(2.5%)와 알리레자 자카니(2.1%)의 표까지 사실상 흡수했다.
반면 온건 개혁 진영 단일 후보가 된 압돌나세르 헴마티 전 중앙은행 총재는 고전 중이다. 이날 개혁파 모센 메흐랄리자데도 레이스를 포기했지만, 효과는 미미할 게 뻔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헴마티 지지율은 3.1%에 그쳤고, 여기에 보태질 메흐랄리자데는 0.6%에 불과하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온건파 후보가 선두 강경파 후보에 맞설 방법은 유권자 수백만 명을 설득해 투표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8년간 집권한 온건 개혁파 정권의 재창출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개혁을 바라는 유권자는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결과를 바꾸지 못할 바엔 차라리 기권으로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게 새 보수 체제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실제 젊은 층 위주의 대선 보이콧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