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골드만 삭스의 전 임원이 헤이터(Hater)라 이름 지은 데이팅 앱을 출시했다. 기존의 다른 앱과 달리 헤이터는 동일 대상에 혐오감을 보이는 남녀를 찾아내 데이트 상대로 연결해주었다. 하지만 헤이터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적대감을 공통분모 삼아 새로 출범하는 이스라엘 연립정권도 헤이터와 마찬가지로 단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연립정부는 현대 정치사를 통틀어 가장 기이한 정치연맹체다. 새 연립정부는 네타냐후의 우파세력과 중도파는 물론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아랍인들을 대표하는 그룹까지 아우른다. 이렇게 이질적인 정치 세력들이 한 지붕아래 공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실제로 가능하다. 사실, 연립정부에 참여한 정당들을 하나로 묶은 띠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사사로운 혐오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남용과 그의 임기 중에 발생한 민주주의의 심각한 변질을 진정으로 우려했다. 여기서 기억해야할 점은 네타냐후 총리가 세 건의 부패혐의로 자신이 직접 임명한 검찰총장에 의해 기소됐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총리와 연합했던 이스라엘의 우파분자들은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른다는 우려에 그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렇다고 연립세력이 그의 모든 정책들까지 밀어낸 것은 아니다. 연립정부에 합류한 좌파정당의 입지는 그리 넓지 않다. 반면 우파는 최근 치러진 몇몇 선거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이스라엘의 단원제 의회인 크네세트에서 종교적 근본주의자들과 정착촌 주민들을 대변하는 군소 우파 정당들의 의석 점유율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바로 이 대목에서 미국의 2020 선거와 이스라엘의 연정구성은 평행을 이룬다. 2020년 대선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의 표출이지만 트럼프주의(Trumpism)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포퓰리즘 세력권에 완전히 편입된 공화당은 지난 총선을 통해 하원 의석을 늘렸다. 범위를 확대하면 우익 포퓰리스트들의 꺾이지 않는 기세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우파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방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최악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평했다.
진보진영은 공화당이 장악한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와 텍사스의 주 의회를 공략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무참히 실패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선거구 재조정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고, 향후 10년간 당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어느 곳에서건 권력을 잡은 포퓰리스트들은 신통한 통치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적이 거의 없다. 이탈리아의 경우 탁월한 기술 관료인 마리오 드라기가 이끄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으나 선거에서 가까스로 승리한 탓에 유권자들로부터 확실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반대중주의로 성공을 거둔 듯 보이지만 둘 모두 정치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다. 트뤼도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41%로 추락한 반면 부정적 견해는 55%로 치솟았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프랑스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마크롱이 극우파 후보인 마린 르 펜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포퓰리스트 우파가 여전히 기세등등한 이유가 무얼까? 좌파는 진지하게 이 질문을 곱씹어보아야 한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거둔 승리를 단순한 행운 탓으로 돌린다. 유명인인 그가 교묘한 여론조작을 통해 운 좋게 집권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부분적으로 사실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재 우리가 목격 중인 거대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사실 포퓰리즘을 전면에 내세운 정치세력은 도처에 깊고도 넓게 포진하고 있다. 그들은 문화정체성, 반이민정서, 다문화주의와 사회적 진보주의에 대한 불편함 및 교육수준이 높은 엘리트들에 대한 깊숙한 계층 분노와 같은 새로운 정치현실을 대변한다.
많은 미국인과 일부 유럽인들이 의료계 외 정부 엘리트들에 대한 불신 탓에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막아줄 백신접종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음을 상기하라.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스트 우파를 다룰 최상의 비법이 무엇일까? 아마도 조 바이든의 방식일 것이다. 우파 대중주의자들과의 협력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지만 그렇다고 단지 상대의 호응을 얻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그램의 추진을 중단하지 않고, 이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필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행동이 포퓰리스트 우파들의 시끄러운 소음보다 훨씬 큰 반향을 일으키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바이든의 가장 큰 장점은 그가 지금 하고 있지 않은 행동이다. 그는 닥터 수스 동화책, 혹은 골든 글로브를 둘러싼 논란에 끼어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문화전쟁의 여러 에피소드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민개혁에도 더디고 온건한 접근법을 취한다. 이런 이슈들이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취임 후 첫 100일에 관한 Vox의 질문에 민주당의 베테랑 전략가인 제임스 카빌은 그가 지닌 최고의 덕목은 쟁점사안들에 이해하기 힘든 언어의 프레임을 덧씌워 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의 이해를 뛰어넘는 엘리트들의 정치 수사를 ‘교수들의 라운지’로 표현했다. “국민의 다수가 우리를 도시와 양안지역에 기반을 둔 거만한 정당으로 간주하고, 실제로 그같은 필터를 통해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당의 브랜드를 크게 훼손한다.”
미국에서 이스라엘에 이르기까지 좌파는 최근의 선거 승리에 취해있다. 그러나 정확한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과도한 행동을 취한다면 성공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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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