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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 올라도 너무 오르는 체감 물가] 식료품·육류부터 개스비까지 줄줄이

2021-06-05 (토)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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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비 기본이 15달러 1년새 30%까지 올라

▶ 인건비·수송비 등 부담 업주들 ‘어쩔수 없어’

오랜만에 LA한인타운을 찾은 한인 매튜 고씨는 지난해 자주 가던 식당을 찾았다가 평소 좋아하던 14달러 짜리 메뉴의 가격이 20달러로 오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외곽지대에 살아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년 가량 LA 한인타운에 나오지 못했다는 그는 맘 먹고 찾은 단골 식당에서 맛있게 먹긴 했어도 계산서를 받아드니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아무리 식재료 값이 상승하고 인건비가 올랐다고 해도 이건 좀...”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뿐 아니었다. 집으로 출발하며 개스를 넣다가 전광판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육박하는 것을 보고 인플레이션 걱정을 안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SF등 베이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요즘은 식당에 앉으면 1인당 음식값이 15달러가 기본이다. 알라메다 카운티 한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한인 김씨(28)는 “친구와 각자 음식 1개씩 시키고 에피타이저로 간단한 메뉴 하나를 추가로 더 시켰더니 세금과 팁까지 합해 60달러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식당 업주들에게 가격을 너무 올린 거 아니냐고 하기에는 업주들의 사정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마켓에 가보면 채소부터 어패류, 육류 등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어서다. 식자재가 비싸지니 외식 물가는 덩달아 뛸 수 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 개스값도 큰 부담이다.

‘재료비 등 인상으로 조만간 가격을 올릴 예정임’이라는 안내문을 붙인 식당들도 더러 있다. 업주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어떻게 할 지 고민 중이다. 깻잎 재료 사는데 평소 20달러이던 것이 50달러로 가격이 치솟아 힘들다”며 그래도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의 불만이 나올텐데 싶어 걱정스러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슬금슬금 오르던 육류 가격은 특히 체감도가 높다. 메모리얼데이 연휴에 이웃과 바비큐를 계획했던 새라 김씨는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파운드당 약 9달러에 구입했다. 1년 전에 비해 2달러 차이가 나는 이유를 물으니 정육점 주인은 “이번 연휴가 특히 비싼 것 같다. 제품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훨씬 많은데다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육류가공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들었다”며 “고기를 파는 식당들은 가격을 올려도 남는 게 없다고 걱정하더라”며 재료비 폭등에 구인난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경제 재개가 본격화되면서 바비큐 식당들이 정상 영업을 시작하거나 준비하면서 식자재 수요가 증가해 먹거리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연방 농무부(USDA)에 따르면 쇠고기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거의 10% 상승했다. 돼지 삼겹살 가격은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심지어 닭고기 가격은 날개가 달렸다고 표현할 정도다. 시장조사기관인 어너 배리에 따르면 지난달 닭가슴살 가격은 연초 이후 2배 이상 올랐고 닭날개는 팩당 12달러가 19달러로 상승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식재료를 중심으로 크게 상승한 물가는 식품업체마다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생산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데다가 최근 개스값 인상 및 트럭운전사 부족으로 운송비가 급등한 것이 또 다른 원인으로작용한다. 마켓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에서 들어오는 품목들은 컨테이너 운임비가 4배 이상 폭등해 수입 물량을 축소했고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품목들은 아예 주문을 중단한 상태이다.

경기부양 현금을 받았다고 해도 월급으로 생활하는 서민들은 주머니 사정은 그대로인데 물가 상승폭이 너무 크다보니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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