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유월 단상
2021-06-03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어느덧 또 유월을 맞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유월” 하면 떠오르는 여러 생각 가운데, “호국보훈의 달” 및 현충일과 아울러 “6.25” 및 “6.15”를 연상할 줄 짐작합니다. ‘6.25’는 71년 전의 참혹한 전쟁발발일로서 한국인들에게는 동족상잔의 아픔으로, 미국인을 포함한 세계인들은 유엔군이 참전했던 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한 자유 민주주의 진영과 소련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산 사회주의 진영의 이념체제 사이에 벌어진 국제전쟁의 상흔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반면 6.15는 21년전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정상간 공동선언일로서 한국인들에게는 남북관계 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되었고, 세계인들에겐 노벨평화상을 줄만한 사건으로 지구촌 평화증진에도 기여한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6.25전쟁중에 희생된 영령들을 새삼 추모하며 호국보훈의 가치와 의미를 기리고, 아울러 역사적 반성과 교훈을 진지하게 되새겨 보아야 할 때입니다.
근래에 새롭게 주목되고 있듯이, 6.25전쟁은 그후 3년뒤에 정전 또는 휴전 협정을 체결하여 군사대결은 중지되었지만, 68년이 지난 현재까지 종전 또는 평화 협정으로 정리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간교한 일제의 36년간 지배도 반만년 민족사의 오점이 되었지만 그 청산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외세를 업고 정권욕을 추구한 이들에 의하여 나라는 분단상태가 계속되어왔으며, 엄혹한 국제정치 속에서 바람직한 한민족의 당당한 위상은 실추되고 국가번영의 가능성은 축소되어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통탄스럽고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6.25이후 반세기만에 6.15로 평화 통일에 적지않은 진전과 업적을 보였지만, 그후 20여년이 지난 이즈음까지 기대에 부응하는 구체적 결과는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앞으로 3년이 지나면 6.15이후로도 4반세기가 되는데, 그 무렵까지 6.25의 상흔을 완전히 지우고 한민족 평화통일의 새역사가 쓰여질 수 있도록 간절히 빌어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하여 우선 정전협정이 종전협정으로 바뀌고, 남북철도와 기간도로 연결 및 민간교류로서 막히고 끊어진 국토의 혈맥과 신경이 복원되어 한민족공동체의 건강과 복지의 기초를 다져나가기를 발원하며, 남북 동포형제자매들이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공동관심사에 협조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고대합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돌아보면, 1천여년전 삼국시대에 통일이념으로 화쟁(和諍)과 회통(會通)사상이 공감되었던 진취적 흐름이 주목됩니다. 즉 여러 부문의 다양한 다툼을 모두의 공동목표와 이익에 부응하도록 화합시키며, 여러 가지 사상을 최선의 하나로 엮어 이끌어가는 노력으로서, 여러 다른 주장들이 모두 존중되면서도 공동의 목적 실현를 위해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겸양으로 수렴하며, 종합적으로 원융 회통시키려는 동기와 과정 및 성과도출 방법을 가리킵니다. 한민족 공동체의 이익과 발전을 위하여 다른 이의 의견도 편견없이 경청하고 공감해보려는 열린 마음과 성숙한 자세가 새삼 필요한 때로 느껴집니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인 미국도 그 장점들을 수렴하고 조화롭게 활용하여 하나의 연합국가로 발전시켜왔음을 봅니다. 환경과 의료 복지 등의 보편적 정치사회 영역에서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남북과 동서가 공존하고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지구촌 문명시대에 살면서, 개인적 독선을 지양하고 집단지성을 통한 민주시민의 사명과 역량을 자각하며,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 자손에게 물려줄 책임감을 일깨워나가야 하겠습니다. 현충 보훈의 달에 호국선열들의 유지와 업적을 현창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우리 각자의 입장과 처지에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동지들과 협력해 나가야 할 줄 압니다. 대한민국 평화통일 만세!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