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정보기관 ‘메르켈 감청’ 폭로 ‘대서양 동맹’ 악재 되나

2021-06-0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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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납 못할 일” 마크롱·메르켈 해명 요구

▶ 유럽 첫 방문 G7 정상 회동 바이든에 부담

“사실이라면 동맹국 사이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뒤에도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우방국 정치인 대상 감청을 지속했다는 의혹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보인 반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메르켈 총리와의 화상 정상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덴마크와 미국에 이 스파이 행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유해 줄 것을 요청했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도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가안보국(NSA)이 2012~2014년 덴마크 군사정보국(FE)의 도움으로 유럽 고위 정ㆍ관계 인사들을 도청했다고 덴마크 언론이 전날 보도한 건 하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첫 유럽 방문을 불과 2주가량 앞두고서였다.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을 만나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빠르게 복원돼 가던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대서양 동맹’에 이번 폭로는 크든 작든 악재가 될 전망이다.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국익이 걸리면 피아 구분이 흐릿해지고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국제 정치 현실이 다시 환기됐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 정부가 “미국이 기밀을 빼낼 때에는 동맹 여부를 상관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위선적 면모를 부각하고 나선 건 이번 일을 양측 이간의 기회로 판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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