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이슈에 의견대립을 보이는 미국의 양대 정당이 단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거의 완벽한 초당적 자세를 취한다. 둘 사이의 교집합은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 선봉에 바이든이 서있다. 그는 “중국이 우리의 점심식사를 먹어치운다”고 경고한다. 그런가하면 조시 하울리 공화당 상원의원(미주리)은 중국이 ‘세계지배’라는 그들의 목표를 향해 줄달음질치고 있다며 목청을 높인다. 이에 질세라 외교 전문가들도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과 백신 외교로 자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쏟아낸다.
정말 그런지 어디 한번 짚어보자. 코비드-19의 기원에 관해 중국이 은폐와 기만으로 일관하자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들끓고 있고, 급기야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목소리를 보탰다. 국제사회의 투명한 진상규명 요구를 외면한 채 자기방어와 조사 방해에 주력하는 중국의 태도는 끝없이 퍼져가는 의혹과 음모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코비드와 관련한 중국의 태도는 거듭 반복되는 거대한 패턴의 한 부분일 뿐이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유럽연합(EU)과의 무역 및 투자협정은 중국 측의 과잉반응으로 인해 지난주 좌초됐다. 지난 3월, EU는 중국이 신장에서 집단종족학살 행위를 저질렀다는 미국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지만, 4명의 해당지역 관리들과 공안국에 경미한 일련의 제재를 가했다.
이에 대한 베이징의 대응공격은 폴리티코지의 스튜아르트 라우가 지적하듯 충격적이었다. 중국은 EU 전체를 대상으로 제재에 나섰다. 제재대상에는 EU 정치안보위원회는 물론 유럽의회 인권 소위원회, 5명의 유럽의회 중견 의원들과 학계의 중국전문가들이 포함됐다. 당연히 유럽은 쌍무협정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중국의 주요 교역국인 호주와의 관계도 흔들렸다. 호주는 중국의 무역과 인권 문제에 대해 점차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늘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호주 정부는 코비드-19의 기원에 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은 모든 종류의 교역제한 조치를 취했고 현지의 중국대사관은 호주가 양국 관계에 독을 뿌렸다며 “호주의 언론과 싱크탱크들은 중국을 겨냥한 부정적인 보고서 발표를 중단하라”는 턱없는 요구를 했다. 결국 호주정부는 지난 4월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 협약을 취소했다.
인도와의 관계도 살펴볼만 하다. 지난해 중국군은 인도군과 집단난투극을 벌였고 히말라야 동토 국경을 따라 100평방 마일에 해당하는 땅을 수중에 넣었다.
그 결과 반중국 연맹에 합류를 꺼렸던 인도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인도 정부는 중국산 앱의 국내 사용을 금지했고, 중국기업들이 인도의 5G 네트워크 구축작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지난해 인도는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호주와 일본이 참여하는 대규모 해상훈련에 합류했다.
대만과 일본을 비롯한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도 중국의 도발적인 해상순찰과 국익을 앞세운 온갖 형태의 위협에 할 말이 많다.
중국의 현 외교정책은 인내심을 바탕으로 장기적이면서도 온건한 접근법을 취했던 등샤오핑 시대와 그 직후의 외교정책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 당시, 베이징의 핵심 외교정책은 자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다른 국가들의 반감과 경계심을 자극해 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다독이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후진타오 주석의 보좌관이었단 젱 비지안은 중국의 야망과 전략을 표현하는 ‘평화로운 부상’(peaceful rise)라는 조어를 만들어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금의 중국정부는 상대국을 모욕하고 충돌을 일삼는 이른바 ‘늑대 전사’ 외교를 구사한다.
중국의 현재 외교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세계의 지도국들로 하여금 베이징이 오랫동안 중단하려 노력했던 정책을 채택하게 유도하는 일련의 ‘자체 목표’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또한 글로벌 이미지 손상에 따른 결과로 중국의 소프트 파워도 크게 쇠퇴했다.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부정적 시각은 2017년의 47%에서 2020년에는 73%로 치솟았다.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캐나다의 경우 40%에서 73%로, 영국에서는 37%에서 74%로 뛰었고, 한국에서는 61%에서 75%로, 스웨덴에서도 49%에서 85%로 치솟았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단일 주제로는 중국을 향한 대중적 적대감이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시진핑 주석은 대내외적으로 중국의 접근법을 바꿔놓았다. 대내적으로 그는 자신과 당의 권력을 공고히 했고, 경제정책에 관한 당의 통제력을 강화했으며 최근 수개월 동안, 중국 경제의 가장 혁신적인 분야(최첨단산업)에 제동을 건 반면 가장 비생산적인 분야(구 관영기업들)에 특혜를 베풀었다. 대외적으로 시진핑 주석은 전투적이고 예측이 불가하며 때론 감정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현명하고 생산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어렵사리 얻은 평판을 스스로 해체했다. 이 모든 것은 중앙집권화된 정치와 공격적인 외교정책으로 대변되는 마오쩌둥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마오쩌둥 시대는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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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