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을 비판하며 정치 행동 다룬 드라마

2021-05-14 (금) 박흥진 편집위원
크게 작게

▶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새 영화 ‘완벽한 후보’(The Perfect Candidate) ★★★★(5개 만점)

▶ 사회적 문제점 풀어가며 흐뭇한 감동, 언더독의 높은 장애물과의 투쟁 그려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을 비판하며 정치 행동 다룬 드라마

마리암은 사회 부조리를 고치려고 결심, 시의원 선거에 도전한다.

남성 위주의 나라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작은 마을의 여의사를 주인공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을 유머러스하지만 통렬하게 비판하고 아울러 민초의 정치 행동을 다룬 드라마다. 일종의 우화 같은 작품으로 내용은 심각하지만 사회적 문제점들을 야단스럽게 꾸짖는 다기 보다는 부드럽고 온순하게 다루고 있어 가슴 흐뭇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언더독의 거대한 장애물과의 투쟁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사람들의 편견이 어떻게 그들이 자신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실제적이요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하는가 하는 문제도 다루고 있다.

독립심과 의지가 강한 젊은 여의사 마리암(밀라 알 자라니)은 마을에 하나 밖에 없는 병원에서 근무한다. 마리암은 몇 년 전에 여자 운전이 허락돼 차를 몰고 출퇴근한다. 마리암이 출퇴근 할 때마다 속이 상하는 일이 병원 앞길이 비포장 도로여서 온통 진탕바닥이라는 것. 그래서 윌체어를 타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오자면 애를 먹기 때문이다. 마리암은 이 도로의 포장을 시의원에게 탄원하나 무시당한다.


이 나라의 남녀차별은 젊은 손자에 의지해 병원에 온 교통사고를 당한 노인이 마리암이 여자라고 치료 받기를 거절하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후에 이 노인이 마리암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화해하는 부분이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마리암의 어머니는 최근에 사망했고 인자하고 이해심 많은 아버지는 현악기인 우드 연주자. 그는 다른 악사들과 함께 결혼식과 연회에 초청돼 집을 자주 비운다. 마리암의 여동생 셀마는 직업 사진사이고 언니처럼 개혁적이지만 또 다른 여동생 셀마는 보수적이다.

마리암이 두바이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려고 공항에 갔다가 여행허가증의 시효가 만료된 데다가 여자 혼자는 여행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출국이 저지된다. 이에 마리암은 권력을 지닌 친척에게 힘 좀 써 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우연히 본의 아니게 시의원 선거 후보로 등록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마리암은 현역 시의원에게 대항하기로 결심하고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할아버지를 병원에 데려온 남자의 도움으로 텐트를 치고 유권자들을 위한 유세에 참석하는데 이 자리에 온 많은 남자들은 여자의 선거유세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아연실색을 하거나 화를 낸다. 물론 선거 연설은 비디오 영상으로 한다.

뜻밖의 정적을 만난 현역 시의원은 뒤 늦게 병원 앞길을 포장하는 등 선심을 쓰는데 마리암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만만치 않게 늘어난다. 선거 결과야 뻔한 일. 그러나 마리암은 비록 작은 전투에는 졌지만 그보다 더 큰 전투인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는 승리한 셈이다.

마리암 역의 알 자라니가 차분하고 침착한 연기를 하면서 영화에 무게와 품위를 갖추어 주고 이와 함께 마리암의 아버지와 악단의 음악이 작품에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매력적인 소품으로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