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영화 배우 황정민과 강동원이 출연해 970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검사외전’은 천식 환자의 죽음이 사건의 발단이다. 다혈질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이 취조하던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살인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는데, 그 피의자가 바로 천식 환자다. 대만 영화‘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피아노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이는 남자 주인공 상륜(주걸륜 분)과 풋풋한 사랑을 나누는 여자 주인공 샤오위(계륜미 분)도 천식 환자로 등장한다.
이처럼 천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불치병만큼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인다. 가냘픈 여자 주인공이나 아이가 등장해 천식 발작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극적 반전이 필요한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과 잘 맞기 때문이다.
◇천식은 만성 알레르기 질환
‘날카로운 호흡’이라는 뜻의 그리스어(aazein)에서 유래한 천식(asthma)은 유전·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만성 알레르기 질환이다. 즉 호흡할 때 들어오는 각종 자극으로 인해 기관지가 과민 반응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유·소아부터 고령인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나고,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앓을 정도로 흔하다.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면 기관지가 부어오르면서 숨쉬기가 곤란해진다. 이렇게 되면 천식의 대표적 증상인 호흡곤란, 천명(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 마른기침, 가슴 답답함 등 증상(천식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신아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속에는 공기를 신체 안팎으로 전달하는 수천 개의 작은 기관지가 있는데, 천식이 있으면 여러 요인에 의해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고 이들 관이 예민해지며 이때 과민해진 기관지는 자극에 반응해 부풀거나 점액을 분비하고 주위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이는 기관지를 좁혀 숨쉬기 더 어렵게 한다”고 했다.
천식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감기와 다르다. 증상도 마른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호흡곤란 등이 감기보다 더 심하다. 숨쉬기가 힘들거나 마른기침이 2주 이상 계속되고 이러한 증상이 주로 밤이나 이른 아침 또는 날씨 변화, 매연 등에 노출될 때 심해진다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간혹 감기를 그냥 두면 천식으로 악화한다고 여기지만 틀린 얘기다. 신아영 교수는 “천식은 평소에는 증상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때가 대부분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고 이 상태에서 감기에 걸리면 염증이 악화하면서 비로소 증상이 나타난다”며 “이 때문에 환자가 감기에 걸리고 나서 천식이 생겼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엄밀히 말하면 감기가 천식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전 요인이 40~60% 차지
천식은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유전 요인은 가족의 알레르기 병력, 기도 과민성 또는 기도 염증 관련 유전자, 비만, 성별 등이 있다. 환경 요인은 알레르기, 찬 공기, 꽃가루, 심한 운동, 먼지·곰팡이, 면역력 저하, 집먼지진드기 등이 지적된다.
천식은 유전 요인이 40~60%를 차지한다. 부모가 천식이면 자녀가 천식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4~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천식은 개인마다 원인과 증상이 다르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특정 음식물 등 천식 유발 인자나 기후변화, 대기오염, 감기나 독감 등 악화 인자에 따라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먼저 전문의와 상담해 본인 증상을 악화시키는 인자를 파악한 후 이를 피해야 한다. 또 적절한 약물 치료로 꾸준히 증상을 조절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천식 치료는 약물을 기본으로 한다. 약물 치료제는 기도의 알레르기 염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해 천식 증상이 조절되도록 하는 조절제인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와 좁아진 기도근육을 빠르게 확장시켜 증상을 개선하는 증상완화제가 있다. 단 증상 완화제는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천식의 약물 치료로 우선 흡입제를 사용하는데, 약을 직접 기도에 전달해 효과가 빠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흡입용 스테로이드가 가장 효과적인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다. 스테로이드라는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흡입제인 만큼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 위험이 적은 매우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신아영 교수는 “천식은 환자 각 개인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고 자주 변화하는 특징이 있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별화된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처방받은 흡입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천식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의료진은 사용법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환자는 이를 충분히 숙지한다. 또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흡입기 사용을 자의적으로 중단해선 안 된다. 의료진과 먼저 상의한 후 흡입기 사용횟수를 조절한다.
◇천식 치료제, 고혈압약 등과 먹으면 안돼
천식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꾸준히 치료하면 건강한 생활도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이 개선됐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위험하다. 이때 다른 호흡기 질환이 겹치면 치명적일 수 있다.
폐렴에 걸리면 염증 때문에 기도가 더 막힌다. 결국 가래를 뱉지 못해 증상이 급속히 악화한다. 드물지만 가래에 기도가 완전히 막혀 질식사할 수도 있다.
천식을 유발하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흔하지는 않지만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게 확인되면 피해야 한다. 음식물 회피는 경구 유발 검사로 알레르기가 완전히 증명돼야만 해당 음식이나 식품첨가제 섭취를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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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