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폐지 위기 넘긴 ‘한국어 운전면허시험’ 한인사회, 신속 대응·정치력 빛났다

2021-05-10 (월) 12:00:00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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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V 방침 발표 즉시 LA한인회·주의원들 뉴섬 주지사 움직여

폐지 위기 넘긴 ‘한국어 운전면허시험’ 한인사회, 신속 대응·정치력 빛났다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과 스티브 강 부이사장이 지난 7일 한인회에서 화상을 통해 데이브 민 주 상원의원, 미겔 산티아고 주 하원의원 등과 함께 한국어 시험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LA한인회 제공]

LA 한인회 등이 주 의회의 한인 및 친한파 정치인들과 함께 신속한 공동 대처를 통해 한인사회의 권익을 지켜냈다.

캘리포니아 주 차량국(DMV)이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소수계 언어 시험들을 모두 폐지하기로 한 방침(본보 7일자 A1면 보도)을 전격 철회하고, 현재의 32개 언어 필기시험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본보 8일자 보도)은 최근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 급증 사태 등 현안에 적극 나서온 한인 단체들이 이같은 결집력을 바탕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어 등 소수계 언어시험 폐지 방침과 관련, DMV는 7일 성명을 내고, 개빈 뉴섬 주지사의 지시에 따라 기존의 32개 언어 필기시험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한국어 등 소수계 언어 폐지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DMV는 이날 성명서에서 “개빈 뉴섬 주지사실의 지시에 따라 7개 언어 시험만을 제공하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현재와 같이 한국어 등 32개 언어시험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한국어 시험 폐지 결정 철회 사실을 밝혔다. 이어 “당초 한국어 등 소수계 언어 시험을 폐지하고, 7개 언어 시험만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은 ‘캘리포니아 이중언어 서비스법’에 따른 것이었다”면서도 “영어미숙 주민들에게 마땅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혀 한국어 등 소수계 언어시험 폐지가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지난 6일 새크라멘토비 보도로 알려진 한국어 시험 폐지 소식에 LA 한인회와 한인 데이브 민 주 상원의원, 그리고 LA 한인타운을 지역구로 하는 미겔 산티아고 주 하원의원 등은 다음날인 7일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정책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제임스 안 한인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어 등 나머지 25개 언어 소수계 커뮤니티와 연대해 한국어 시험 폐지 결정을 저지할 것이며 범 커뮤니티 차원에서 폐지 결정 철회를 위한 대규모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데이브 민 의원도 “이번 결정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폐지결정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라도 한국어 시험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LA 한인회 등의 이 기자회견이 열린 지 2∼3시간이 지나면서 DMV의 폐지결정 기류에 변화가 나타났다. 데이브 민 의원과 미겔 산티아고 의원 등을 통해 한인 사회의 강력한 요구를 전해들은 개빈 뉴섬 주지사가 한인 사회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고 DMV에 한국어 등 나머지 25개 언어 시험을 유지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제임스 안 한인회장은 “기자회견 직후 데이븐 민 의원과 산티아고 의원이 뉴섬 주지사에게 한인 사회의 여론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인 사회가 다시 한번 정치력을 발휘해 우리의 권리를 지켜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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