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궁중 권력암투 그린 눈부신 명작

2021-04-30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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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리처드 3세’ (Richard III) ★★★★★(5개 만점)

궁중 권력암투 그린 눈부신 명작

리처드 3세는 음모와 살인과 배신을 통해 권좌에 오르나 얼마 못가 살해된다.

셰익스피어 극의 명 해석가로 알려진 로렌스 올리비에가 1955년에 제작과 감독을 하고 연기까지 겸한 눈부신 명작이다. 영화는 15세기 후반 글로스터 공작(후에 리처드 3세)의 형 에드워드 4세(세드릭 하워드)의 대관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때 카메라가 궁정 실내에 높이 매달린 왕관을 클로스 업 하는데 권력의 상징인 이 왕관은 영화 내내 얘기의 중요한 모티브 구실을 한다.

이어 글로스터 공작이 카메라를 직시하면서 왕관에 대한 욕망과 자신의 볼품없는 처지를 한탄하는 긴 독백을 한다. 그 첫 부분이 유명한 “이제 요크의 태양에 의해 우리들의 불만의 겨울은 가고 찬란한 여름이 도래 했도다”이다.

요크가(백장미)의 글로스터 공작은 왕권을 탈취하기 전 먼저 100년간 이끌어온 장미전쟁의 원수 가문 랭카스터가(홍장미)의 젊은 미망인 레이디 안(클레어 블룸)을 유혹한다. 마치 이브를 타락시킨 뱀의 교언영색으로 안을 유혹하는 이 장면은 황홀할 지경인데 결국 레이디 안은 글로스터 공작의 반 구애 반 위협적 말과 행위에 함몰되고 만다.


그러나 에드워드 4세 사망 후 살인과 음모 그리고 이미지 개선작업을 통해 왕좌에 오른 리처드 3세는 반란군과의 보스워드 전투에서 대패하고 무참히 살육된다. 집권 불과 2년만으로 리처드 3세 이후 영국은 헨리 8세와 엘리자베스 1세를 배출한 튜더 왕조가 시작된다.

리처드 3세가 전장에서 살해되기 전 구원을 요청하며 내지르는 말이 “내 왕국을 줄 테니 말을 다오”로 이 말은 코미디에서 말을 바꿔 쓸 정도로 유명한 것이다. 이 역으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올리비에의 리처드 3세는 간교하고 잔인 한 유혹자의 그 것으로 그의 다른 셰익스피어 영화들인 ‘헨리 5세’와 그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햄릿’의 그 것을 능가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올리비에의 연기 못지않게 볼만한 것이 불타는 듯한 총천연색 화면. 이 영화는 올리비에가 감독한 마지막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존 길거드와 랄프 리처드슨이 공연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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