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촌은 ‘가득’ 빈촌은 ‘텅텅’

2021-04-19 (월) 12:00:00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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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대면수업 재개 학교 교실 풍경 ‘불균형’

▶ 등교율 차이 현격… 웨스트우드 95% 달해, 이스트 LA 등 라티노·흑인 지역 25% 불과

지난주 일부 학교들에서 대면수업이 재개된 후 LA 통합교육구(LAUSD) 내 지역별 등교율이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소득층 백인 거주 지역 학교들은 교실로 돌아온 학생들로 활기를 띠었으나 라티노와 흑인들이 다수인 코로나19 취약층은 여전히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해소되지 못해 교실이 텅텅 비는 현상을 보였다고 18일 LA타임스가 전했다.

LA통합교육구가 실시한 학부모 설문조사에 따르면 웨스트LA와 우드랜드힐스, 웨스트체스터, 베니스 등 고소득층 백인 거주 지역은 40% 이상의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사우스게이트, 이스트LA, 피코유니온, 벨 등 라티노가 다수 거주하는 지역은 학생 25%만이 학교로 돌아올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웨스트우드에 위치한 워너 애비뉴 초등학교는 대면수업이 재개된 첫 주인 지난 16일 학생들의 95%가 캠퍼스로 돌아와 교실을 꽉 채웠다. 이 학교는 1년 넘게 캠퍼스를 폐쇄했던 LA통학교육구 산하 61개 초등학교와 11개 조기교육 센터 중 하나였다. 캠퍼스에서 다시 만난 학생들을 교정 잔디밭은 뛰어다니며 함께 어울렸고 부모들은 서로 포옹을 하며 반가움을 나눴다.


그러나 사우스게이트에 위치한 메디슨 초등학교의 교실 풍경은 달랐다. 이날 등교한 한 학생의 모습은 얼굴을 반 이상 가리고 대형 손 소독제와 여분의 마스크, 위생 손티슈로 백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대면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은 3명과 5명 그룹으로 나뉘어 교사의 지도를 받았고 야외활동을 할 때도 6피트 거리두기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이 학교의 그레첸 영 교장은 “이 지역사회는 다세대 가족이 많이 살고 있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특히 우리 지역은 필수업종 종사자들이 많기 때문에 코로나19 타격이 심했다”며 “그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자녀를 학교에 데려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LA 카운티 보건국과 LA 통합교육구의 자료를 토대로 LA타임스가 조사한 결과 사우스게이트의 코로나19 사망율은 주민 10만 명당 292명이었다. 사우스게이트 지역의 경우 초등학교는 약 38%, 중학교 31%, 고등학교 19%의 학생들이 대면수업에 참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웨스트 LA 지역에서 초등학생의 약 82%가 대면수업에 참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이다. 이스트 LA는 36%의 초등학생들이 캠퍼스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77%의 부모들과 간병인들이 설문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채 원격 학습을 지속하길 희망했다.

학부모가 자녀들의 대면수업 참석을 결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LA타임스가 집계한 지역 설문과 이웃지역 코로나19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자녀들이 집에서 원격 학습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 수업에 대한 거부감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원인이며 실업과 퇴거 등의 위기에 직면한 것도 요인이었다.

일부는 학생들이 대면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요구되는 코로나19 진단검사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안전한 학교 재개를 위한 LA통합교육구의 규칙에 따라 학생들은 캠퍼스로 돌아오기 전에 1주 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 후 매주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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