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칼럼] 동북공정에 대해서
2021-04-08 (목)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
나는 역사(국사)를 공부하다가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되었다. 어언 세월이 흘러 목회 30년째가 된다. 이민 목회를 하다 보니 우리 2세, 3세들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미국을 살아가야 하는 그들에게 “우리의 글과 역사와 문화는 이렇다.” 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2세 청년들이 정체성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가주 한글학교 협의회 관계자들과 연관을 갖게 되었다. 한국 역사와 이민 2세의 정체성에 대해서 한글학교 선생님들 모임에서 강의도 하고 글짓기 대회, 웅변대회 등에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십 수 년 전 “요꼬 이야기”로 한인 사회에 큰 이슈가 제기된 “미국 학교 교과서에 실린 한국관계 역사 왜곡”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 교과서 수정에 약간의 역할을 한 것은 나에겐 가장 보람 있는 일 중의 하나였다. 북가주 한국학교 협의회 임원들은 전 미주 협의회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우수하고 역사의식이 있는 분들이었다. 이런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에 미주에 한인의 위상이 높아지지 않았을 까 생각해 본다.
강의가 끝나고 티타임에 한 젊은 한인 여성 변호사와 이야기하던 것이 생각난다. 하버드 법대를 나온 1.5세 재원인 그는 오늘 강의가 참으로 인상 깊었고 처음 듣는 내용이라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때의 내용은 “동북공정과 우리의 미래”에 관해서였다. “중국은 북한이 무너질 때를 대비해서 장기적 플랜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무너질 때 즉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동북공정입니다. 한 마디로 쉽게 말하면 우리의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만드는 역사 빼앗기 작업입니다. 고구려 정권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규정하고 그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본과의 독도 문제나 위안부 문제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영토의 크기로 볼 때 북한 전체와 독도는 비교할 수 없으며 위안부는 과거 문제이지만 동북공정은 현재와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소원인 남북통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영토 문제는 좌, 우의 정치적인 입장을 뛰어넘어 우리민족의 번영과 미래가 달려있는 참으로 중요한 역사 문제이다. 정치가들의 입맛에 따라 선동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우리의 고대사와 고구려, 발해에 관한 학자들을 많이 길러야 하며 미국에 사는 동포의 이점을 발휘하여 미국 학계와 정치계에 우리의 바른 역사를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미국에는 하버드, 콜롬비아, UC 버클리, UCLA, USC 등 한국사로만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이 많다. 한국사 문헌 자료로만 보면 미국이 한국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 이민 사회는 우리의 우수한 2세 3세들이 이제는 의사, 변호사만 선호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역사학계에 뛰어난 세계적인 학자가 나오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들이 유창한 언어로 세계적인 학술지에 한국사에 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할 때 중국의 동북공정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요즈음 한인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나 아시안 인종 차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에 본질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일본 위안부 문제보다 우리의 미래가 달린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는 훨씬 더 중요하다. 또 아시안 인종 차별 문제는 타 커뮤니티와 협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동북공정 문제는 우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까지 생각해 본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미국 땅에 이민 오게 한 것은 한국에서 할 수 없는 바로 이런 역사적인 일을 하라고 한 것이라고. 미국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세계의 최강대국이며 중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미주에 사는 동포들이야 말로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남북통일을 이루는 데에 시대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인회나 각 단체들이 민감한 이슈에 속히 반응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본질적이며 우리 민족의 장래를 위하여 할 수 있는 것들에 의견을 모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