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증오폭행범’ 뒤늦게 체포

2021-04-05 (월) 12:00:00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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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세 소년 공격, 갈비뼈 골절·피멍 등 중상

▶ 피해자 “사건 후 불안해 타 지역으로 이사, 아시아계 대상 폭력범죄 제대로 조사되길”

워싱턴주 타코마 지역에서 한인 부부가 10대 청소년들에게 인종증오 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본보 2일자 A3면 보도) 사건 발생 후 4개월여 만에 15세 소년이 용의자로 체포됐다.

CNN 방송은 3일 워싱턴주 타코마 경찰이 한인 부부를 폭행한 혐의로 15살 소년을 체포해 2급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11월19일 타코마에서 빨간 상의에 검은 바지를 입은 이 소년이 길을 가던 한인 부부를 향해 달려든 뒤 주먹으로 마구 때려 남성(56)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에 피멍이 들게 했다.

경찰은 당시 사건을 접수한 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 최근 유포된 동영상 덕에 수사에 속도를 냈다. 피해자 친척이 동영상 속 인물이 자기 친척이라는 사실을 타코마 경찰에 알린 것이다. 경찰은 동영상을 통해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그가 지난 2일 별개의 강도 혐의로 법정에 출두한다는 사실을 파악해 그를 법원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전혀 본 적이 없으며, 다툼도 없었다”고 한다며,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기소할지는 피어스 카운티 검사실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A씨는 시애틀 KIRO-TV 한인 기자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당시 사건은 내가 살고 있었던 아파트 인근이었으며 산책 중에 발생했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내 인생이 바뀌었고, 우리 가족은 이 사건이 터진 이후 불안해 타코마를 떠났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당시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10대로 보이는 아이들 4명이 자기들끼리 문제가 있었는지 소동이 벌어졌고 문제의 소년이 내 앞으로 달려와 미끄러지면서 쓰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소년이 내 앞에서 쓰러지길래 ‘괜찮냐’고 물었는데 이 소년이 일어나더니 갑자기 주먹을 날려 나를 가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느닷없이 폭행을 당하게 되자 함께 옆에 있었던 부인이 처음엔 한국말로 “하지 마, 하지 마”를 외치다 “헬프 미”를 수차례 외쳤고, 문제의 폭행범은 달아났다. 이같은 장면은 누군가에 의해 동영상으로 촬영돼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올라오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A씨는 “이 사건일 발생했을 당시 경찰에 신고를 했으며 당시 경찰관 2명이 현장으로 출동해 사건번호를 줬는데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동영상을 보면 이 사건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느냐”고 되물으며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나는 나를 폭행한 문제의 소년을 이미 용서했다”면서 “하지만 아시안들이 이같은 범죄 피해를 다시 당하지 않도록, 또한 이 소년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A씨가 폭행당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된 가운데 이 동영상을 본 A씨의 딸이 1일 타코마 경찰에 다시 신고를 하면서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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