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활절을 맞아 모두가 즐길수 있는 명작

2021-04-02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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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을 맞아 모두가 즐길수 있는 명작

로마 장군 마커스와 기독교 신자인 노예 리지아는 사랑으로 맺어진다.

오는 일요일 부활절을 맞아 기독교 신자와 비기독교 신자들이 모두 재미있게 볼만한 예수영화다. 담대하고 화려한 총천연색 대하 스펙타클 영화로 음악과 촬영과 의상 및 세트와 군중 장면 등이 모두 훌륭한 명작이다. 로마의 네로 황제의 기독교 탄압 얘기를 쓴 폴랜드의 노벨상 수상 작가 헨릭 셴키비츠의 동명 소설이 원작.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소피아 로렌이 노예 단역으로 출연했다. 감독은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 리가 주연한 비극적 로맨스 이야기 ‘애수’를 연출한 머빈 르로이.

기원 후 1세기. 베드로의 복음 전파와 함께 기독교가 로마에 급속도로 전파된다. 이에 네로 황제(이 역으로 피터 유스티노프가 오스카 조연 상 후보에 올랐다)는 온갖 잔인한 방법을 동원해 기독교를 탄압한다. 그러나 패전국 왕의 딸로 로마에 인질로 잡혀온 리지아(데보라 카)를 비롯해 지하 동굴에서 예배를 드리는 신자들은 믿음을 굳세게 지킨다.

리지아를 사랑하는 사람이 로마의 개선장군 마커스(로버트 테일러). 그는 처음 리지아에게 접근했다가 리지아의 신변 보호자인 거구의 천하장사 어서스에 의해 저지당한다. 이어 마커스는 리지아를 자기 노예로 삼고 끈질기게 구애하나 리지아는 이에 불응한다.


허구한 날 주색잡기에 빠져 서푼짜리 자작시를 읊는 네로는 기독교를 말끔히 제거하고 자신의 꿈인 새 로마를 건설하기 위해 로마시를 불태운다. 그리고 기독교 신도들에게 방화 혐의를 뒤집어씌운 뒤 이들을 잡아다가 원형 경기장 안에 몰아넣고 사자 밥으로 만든다. 서로 사랑하게 된 마커스와 리지아도 체포돼 사자 밥이 될 위기에 처한다.

로마에서 찍었는데 동원된 엑스트라만도 1만 여명에 이르고 로마 화재 장면을 찍는 데만 24일이 걸렸다. 유스티노프의 광대 같으면서도 광적인 연기와 함께 또 다른 뛰어난 것이 미클로스 로자(후에 ‘벤-허’ 음악 작곡)의 음악. 그는 1세기 당시 사용한 악기들을 수집, 노예들의 노래와 찬송가 및 당시의 행진곡들을 연구해 거기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 웅장한 음악을 작곡했다.

감동적인 장면들이 많다. 화재를 피해 도피하는 로마시민들의 아비규환, 원형 경기장에 세운 말뚝에 매인 리지아 앞에서 황소와 사투를 벌이는 어서스, 교인들에게 달려드는 굶주린 사자들 그리고 십자가에 거꾸로 매어달린 베드로 등. 영화 제목은 베드로가 부활한 예수의 모습을 보고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라고 물은 데서 따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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