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전서 나란히 5⅓이닝 2실점…실투로 결정적 홈런 허용도 닮은꼴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게릿 콜(31·뉴욕 양키스)의 시즌 첫 대결은 예상대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류현진은 1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양키스를 상대로 벌인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콜과 선발 투수로 맞붙었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5⅓이닝 2실점(2자책점) 했다. 결정적인 실투가 홈런으로 이어진 것마저 같았다.
류현진이 공 92개, 콜은 97개를 던졌다.
주자를 누상에 둔 상태에서 구원 투수에게 배턴을 넘겼고, 양 팀 불펜 투수들이 실점하지 않아 류현진과 콜은 평균자책점 3.38로 2021년 첫 경기를 마쳤다.
CBS 스포츠가 전날 개막전 선발 투수 매치업 랭킹에서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맥스 셔저(워싱턴 내셔널스)에 이어 2위로 평가할 정도로 류현진과 콜은 대조적인 투구 스타일로 흥미진진한 투수전을 이끌었다.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의 자료를 보면, 콜은 최고 시속 160㎞의 빠른 볼과 시속 140㎞ 초반의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져 삼진을 8개나 솎아냈다.
류현진은 전가의 보도인 체인지업과 두 번째 필살기인 컷 패스트볼을 앞세워 삼진 5개를 잡았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기다리던 타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해 결정구로 정교한 속구를 택해 경기 초반 삼진을 뽑아냈다.
1회 에런 저지와 에런 힉스를 연속 삼진으로 잡은 공이 시속 146㎞짜리 빠른 볼이었다.
이후엔 결정구를 원래대로 체인지업으로 바꿔 땅볼을 유도했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류현진표 체인지업의 최고구속은 시속 131㎞에 불과하다.
아쉬운 순간은 류현진에게 먼저 왔다.
타선의 선제 득점으로 1-0으로 앞선 2회말 글라이버 토레스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를 내준 뒤 2사 1루에서 게리 산체스에게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몰린 시속 146㎞짜리 빠른 볼을 던졌다가 좌월 투런 홈런을 맞았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정도의 큰 타구였다.
이 홈런만 아쉬웠을뿐 류현진은 강판할 때까지 정교한 제구를 뽐내며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5회말 2사 1, 2루에선 DJ 러메이휴의 안타성 타구를 2루수 마커스 시미언이 넘어지며 잡아 1루에 정확하게 송구한 덕분에 류현진은 위기를 넘겼다.
2회초 시작과 함께 연속 3안타를 맞고도 후속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워 1실점으로 버틴 콜은 2-1로 앞선 6회초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밋밋한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좌월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날린 명백한 실투임을 알아챈 콜은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손으로 무릎을 치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토론토와 양키스는 정규리그에서만 19번을 맞붙는다.
개막전을 치렀으니 이제 18경기가 남았다. 류현진과 콜은 선발로 자주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려면 반드시 꺾어야 할 지구 라이벌이 바로 양키스다.
이런 이유로 토론토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양키스와의 시범경기 때 1선발 투수 류현진을 꽁꽁 숨겼다.
전력을 미리 노출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개막전 결과만 보면, 류현진의 정규리그 준비 과정도 좋았고 그를 개막전에서야 양키스에 공개한 토론토의 전략도 성공을 거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