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불 상흔 딛고…빅 터헝가 산줄기 굽어보며

2021-03-12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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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Lukens ( 5,074’)

산불 상흔 딛고…빅 터헝가 산줄기 굽어보며

오르다가 뒤로 돌아본 Big Tujunga의 산줄기.

산불 상흔 딛고…빅 터헝가 산줄기 굽어보며

정상부에 서있는 송수신탑들.


산불 상흔 딛고…빅 터헝가 산줄기 굽어보며

하산과정에서 보이는 샌게브리얼 산맥 일부의 산세.


하나의 산에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름이 헌정되어 있는 아주 이례적인 곳이 있다. Freeway 2를 타고 북쪽, 즉 Freeway 210쪽으로 달리다 보면 정면 또는 약간 왼쪽(11시 방향)으로 우뚝 솟아있는, 정상에 여러개의 안테나 타워들이 서 있는, 웅장한 산이 보이는데, 바로 이것이 City of Los Angeles의 시 경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Mt. Lukens; Subtitled, Sister Elsie Peak”이다.

이 산의 1878년 이래의 공식명칭은 “Sister Elsie Peak”이었다고 한다. La Crescenta Valley에 있던 고아원 ”El Rancho de Dos Hermanas”에서 전염병 Smallpox에 걸린 인디안 아이들을 돌보다가 그 자신이 그 병에 이환되어 생명을 잃은, 말 그대로 헌신적 봉사의 삶을 살았던 Elsie 라는 이름의 로마가톨릭 수녀에게 헌정되어 있었단다. 그런데 나중에 Mt. Lukens라는 이름이 이 산에 추가된 사연은 무엇일까?

Theodore Parker Lukens(1848-1918)라는 Ohio에서 태어나 1880년 Pasadena로 이주해온 자수성가형의 사업가가 있었다. 지상낙원이랄 수 있을 남가주의 자연환경이 광산업자 벌목업자 목축업자들의 무분별한 오용으로 급속히 황폐해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이들로 부터 산천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1870년대에 2번에 걸친 산불로 Pasadena인근의 산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자, 이 산들을 되살리기 위해 인위적인 조림을 주창하고 실천한다.


나중에는 Angeles국유림의 Supervisor도 역임하였고, 또 Caltech의 설립자로 사후에 Throop Peak이라는 산 이름의 주인공이 된 Amos G. Throop(1811-1894)에 이어, 제4대와 제6대에 걸쳐 Pasadena의 시장직도 수행한다.

1895년에는 Yosemite에 살고 있던 John Muir(1838-1914)를 방문하여 토질과 토종식물에 대한 의견도 나누며 자연보호활동의 지평을 넓히고, 1903년에는 Wilson Mountain 서쪽 기슭 “Henninger Flat”의 Nursery를 인수, 확충하여 산에 자생하는 수종의 묘목을 키워 Angeles국유림과 Griffith Park에 70,000그루의 묘목을 공급했다.

그와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어온 John Muir는 1907년에 이 Nursery를 방문하기도 했는데, 그 해에 Lukens 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 “당신이 심는 나무들이 잘 자라나서 우리가 죽고 없는 다음 세기들에도 계속 유익한 존재가 되어질 것을 생각하면 항상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렇듯 잘 보존된 자연을 만끽하며 그 속에서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이러한 선각자들의 환경과 후손을 위한 원려가 바탕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겠다. 우리 개개인이 비록 제2의 Lukens가 되어 직접 묘목을 기르고 또 조림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산림녹화 행위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자연을 더욱 아끼고 이해하려는 각오만이라도 새롭게 다지는 좋은 사표로 삼을 수는 있겠다.

1918년에 그가 사망하게 되자, 그의 산림녹화에 대한 헌신과 공로가 고려되어, Mt. Lukens 를 주명칭으로, Sister Elsie Peak을 부명칭으로 하는 이례적인 형태로 기존의 Sister Elsie Peak의 이름이 바뀌게 된다.

Mt. Lukens는, 2009년8월26일부터 10월16일까지 지속된 산불로, La Canada, Glendale, Acton, La Crescenta, Littlerock, Altadena, Sunland, Tujunga등의 지역에 걸쳐 160,557에이커(약 2억평)의 산을 태운, “Station Fire”로, 특히 북쪽면의 수목들이 거의 전부 타 버렸다. 보통 이 지역의 관목숲이 회복되는데는 적어도 1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제12년 가까이 경과되는 시점이지만 아직은 화재의 상처가 눈에 띈다.

이 산은 남쪽이나 동쪽에서 소방도로 등을 통해 오르는 코스도 있으나, 오늘은 이 산의 북쪽면을 오르는, Stone Canyon Trail을 통한 산행을 소개코자 한다. 왕복 9마일에, 순등반고도는 3250‘이며, 약 7시간쯤 소요된다.

가는 길


Freeway 210의 Sunland Exit(LA 한인타운에서 약 20.3마일)에서 내려 오른쪽(산쪽)으로 0.8마일을 가면 Oro Vista Ave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0.9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길 이름이 Big Tujunga Canyon Road로 바뀐다. 이 길을 따라 6.5마일을 가면 Vogel Flat Picnic Area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길 오른쪽에 서 있다(Milemarker 4.34지점). 표지판을 따라 0.3마일의 내리막 길을 간다. 좌측은 Stonyvale 주차장이고, 우측은 Vogel Flat 주차장이다.

주차가능 여부나 주차가능 시간을 확인하여 주차하고, 주차허가증(Adventure Pass)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여기까지 LA한인타운에서 약 29마일이고 대개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1820’이다.

등산코스

주차장 남쪽 바로 앞으로 우뚝 솟아 있는 산이 Mt. Lukens이다. Stone Canyon Trail입구에 닿기 위해서는 주차장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야한다. 좌우로 있는 몇 채의 주택들을 지나다 보면 찻길이 끝난다. 그 지점을 지나 개울(Big Tujunga Canyon Creek)을 좌측에 두고 계속 서쪽으로 가면 Stone Canyon Trail이라고 쓴 큰 안내판이 있다. 여기에서 개울을 건넌다.

특별히 물이 많이 흐르는 계절엔 조심해야하나, 보통때는 어렵지 않게 서너개의 징검다리 돌을 건너면 된다. 개울을 건너자 마자 개울가를 따라 동쪽(상류)으로 나있는 길을 찾아서 대략 0.1마일 정도를 간다.

길이, 온통 돌투성이 밭이나 그래도 Yerba Santa, Tree Tobacco, Spanish Broom이 군생하고 있는 Stone Canyon의 하상을 지나, 동편 언덕에 닿으면, 비로소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타난다. 특히 크고 작은 돌들이 어지럽게 깔려있는 Stone Canyon의 계곡바닥을 따라 올라가서는 안되며, 계곡바닥의 동편 뚝을 따라 올라야 한다는 점에 유의한다.

Stone canyon 을 오른쪽의 발아래로 두고 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로가 Stone Canyon의 동쪽 산줄기를 지그재그로 꽤 가파르게 올라가게 되니, 한동안은 Stone Canyon에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아침부터 햇볕을 바로 받는 구간이므로, 더운 날씨라면 상당히 힘들게 느껴질 만한 쉽지 않은 코스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뒷쪽으로Big Tujunga Canyon과 그 북쪽으로의 전망이 잘 드러나는데 병풍처럼 둘러있는 험산들의 골격미가 참으로 볼 만하여 산행의 힘든 것을 다소 잊게 된다. 자세히 살피면 그 잿빛 산줄기들 속에 한줄기 푸른 물을 담고있는 Big Tujunga Dam을 찾아볼 수 있는데,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통 불에 그슬린 험준한 Big Tujunga의 산들이, 자기들의 몸이 타틀어가는 고통을 무릅쓰고, 미증유의 사나운 화마로부터 여왕을 지켜낸 충직한 기사들인양, 자랑스레 Big Tujunga Dam 을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가까이로 알아 볼 수 있는 산만 꼽더라도, Condor, Fox, Gleason, Josephine, Strawberry, Lawlor, San Gabriel, Markham, Harvard, Lowe 등이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철딱서니 없는 인간의 방화에 의해 옷을 잃고 깊은 상처를 입은 뭇 산들이 각각의 불탄 몸을 다 드러낸 채, 우리들에게 무언의 통렬한 시위를 하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Mt. Lukens 정상의 바로 아래 능선에 다다를 때 쯤에는, 타다 남은 관목들의 숯빛 형해아래 새롭게 자라 올라오고있는 키 낮은 식물들의 푸르름이 눈에 들어와, 애틋한 마음과 함께, 잔잔한 아름다움도 느끼게 된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선다. 와-! 펼쳐지는 광경이 놀랍다. 특히 두가지 면에서 그렇다. 우선, 여지껏 올라온 등산로가 좁고도 가팔랐던 것에 비해 능선 위는 넓고도 평평한, 그야말로 “꽃 피고 새 우는” 평화롭고 푸근한 평원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마치 깜짝쇼를 보는 듯 갑자기 펼쳐지는 남쪽 전망의 광활함이다. 가까이는 Verdugo Mountains 와 Griffith Park, Freeway 2 & 210, San Fernando Valley의 도시들이 펼쳐지고, 좀 멀리로는 LA Downtown의 고층건물들과 그 뒤로 South Bay지역의 도시들, Palos Verdes 와 Catalina섬, 그리고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은 시원적 자연 그대로의 산들의 세계이고, 남쪽은 문명적 인간 도회의 세상이다. 이 능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차단되어 있는 두 세계의 극명한 대비가 놀랍다.

이러한 남과 북의 두드러진 특성의 차이는 어쩌면 이 산에 이름이 헌정된 두 사람의 행적의 차이와도 닮은 데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보면, 이 능선의 북쪽은, 산과 자연을 되살리고 보살피는데 헌신한 “산림녹화의 아버지” Lukens님을 기려 “Mt. Lukens”로 명명하고, 이 능선의 남쪽은, 사람들을 보살피고 치료하는데 헌신한 “사랑과 자비의 천사” Sister Elsie를 기려 “Sister Elsie Peak”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여기서 동쪽의 정상까진 동서남북의 전망을 즐기며 평탄한 길을 10분정도 천천히 걸으면 도달한다. 이 곳 정상엔 1923년에 화재감시대가 설치되었다가 1937년에 이웃인 Josephine peak으로 옮겼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대도시 LA의 파수꾼인양 14개 쯤의 송수신탑들이 “Antenna Farm”을 이루고 있다. 라디오, 텔레비전, 스마트폰 등의 현대사회의 필수적인 무선통신들이 모두 이 탑들에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몇 해 전에 왔을 때보다 안테나 타워의 숫자가 많아진 듯 하다. 저만치 한켠에 세워져 있는 불도저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 분명하겠다.

Antenna Farm이 있는 지대 중에 약간 남쪽으로 고점이 있다. 공식적이고 실제적인 Mt. Lukens의 정상점이겠다. 그러나 Sierra Club의 HPS에서 지정한 정상은 이 지점에서 넓은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400m쯤 더 간 곳의 왼쪽에 있는 고점이다.

정상에는 빼어난 전망은 있으나, 이를 앉아서 천천히 음미할만한 나무그늘이나 등산객이 배려된 쉴만한 곳은 없다. 휴식을 취하며 점심을 먹을만한 곳으로는 정상점에서 약간 더 동쪽에 있는 소나무의 그늘 아래가 좋을 듯 하다.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하산한다. 길이 좁고 가파른 구간이 있으므로, 급히 서두르거나, 혹은 바로 앞에 펼쳐진 Big Tujunga산들의 경치에 온통 정신을 팔지는 말고, 발밑도 잘 살피는 등, 하산시의 안전에 유의한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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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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