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차대전 중 독일군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재미 만점 다크 코미디

2021-03-05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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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 포로수용소’ (Stalag 17) ★★★★½(5개 만점)

2차대전 중 독일군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재미 만점 다크 코미디

동료들에게 배신자로 몰려 얻어터진 세프턴은 자기가 진짜 배신자를 잡아내기로 결심한다.

명장 빌리 와일더가 감독(공동 각본 겸)한 1953년 작 흑백영화로 독일군의 포로가 된 미군 하사관으로 나온 윌리엄 홀든이 교활한 연기를 해 오스카 주연상을 탔다. 연극을 원작으로 만든 것으로 2차 대전 때 미군을 수용한 독일군 포로수용소 내에서 일어나는 재미 만점의 다크 코미디다.

오만불손하고 허영심 많고 간교한 수용소장 쉐어박(오토 프레민저-유명한 영화 감독)이 관장하는 제17 포로수용소는 미군 하사관들의 수용소. 이들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나 매번 누군가에 의해 탈출계획이 독일군에게 보고돼 희생자만 생긴다.

이 배신자의 누명을 뒤집어쓰는 사람이 깍쟁이 양키의 전형적 인물인 세프턴(홀든). 그는 동지들의 군인정신을 비웃으면서 자기 일신의 편익만을 위해 독일군과 거래를 하는 이기주의자. 동료들로부터 반역자로 몰려 죽도록 얻어터진 세프턴은 자기가 직접 진짜 배신자를 잡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세프턴은 미군으로 위장한 독일군을 배신자로 잡아낸다. 자기 임무를 마친 세프턴은 새로 잡혀온 공군 던버와 함께 수용소를 탈출한다.


세프턴은 탈출 직전 막사의 동지들에게 “너희들 다음에 길에서 날 만나더라도 아는 체 하지 마. 알았지”라고 내뱉는다. 영화는 불 꺼진 막사 내 벙커에 누운 포로들이 달아난 세프턴을 생각하며 행진곡 풍의 노래 ‘자니가 행군해 돌아올 때’의 곡조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끝난다.

홀든과 함께 조연진의 연기가 뛰어나다. 여우같은 프레민저의 연기와 함께 ‘짐승’이라 불리는 어릿광대 같은 포로 스포쉬 역의 로버트 스트라우스가 배꼽 빠질 우스운 연기로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와일더는 배우들에게 촬영 당일치의 각본 내용을 그 날 아침에서야 배우들에게 줘 배우들도 끝까지 누가 배신자인지 몰랐다고 한다.

재미있고 당당하고 감동적이며 포복절도할 만큼 우스운 영화로 글 잘 쓰는 독설가인 와일더의 솜씨가 마음껏 발휘된 명작이다. 이 영화는 후에 ‘호간의 영웅들’(Hogan’s Heroes)이라는 TV 시트콤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는데 매 에피소드가 30분짜리인 시리즈는 지금도 옛 TV프로를 방영하는 방송국에서 방영하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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