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푸른 하늘과 바다… 탁트인 시원한 풍경 일품

2021-0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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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바다… 탁트인 시원한 풍경 일품

Topanga Overlook에서 바라본 Santa Monica 지역.

Topanga Overlook ( 1,530’ )

고 있으면서, 적당한 습기와 맑은 공기로 “건강을 선사하는(Health-giving)” 땅으로도 일컬어지는 Santa Monica 산맥에는, 백인들이 “짚시의 땅(Bohemian enclave)”, 또는 “Elysian Fields(Champs Elysees; 샹젤리제; 낙원)”라고 부르던 아름다운 구역이 있으니, 바로 Topanga지역이 그 곳이다.

이 Topanga지역에는 최소한 8,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아왔다고 하는데, Topanga란 이 곳에 살던 Tongva 인들이 부르던 지명으로 “위에 있는 곳(a place above)”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백인들이 이 곳을 점령한 뒤로는 거의 목장으로만 이용되어 오다가, 1920년경 부터는 LA 주민들의 주말 소풍지로 인기를 끌게 된다. 1950년대에 Will Geer라는 배우가 이 곳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천연 노천극장이 조성되고 많은 예술인들이 몰려 들게 됨으로써, 음악회는 물론, 세익스피어작품, 모던 클래식, 새로운 창작품 등의 연극들이 활발히 공연되어졌고, 곧 “보헤미안의 땅”으로 일컬어지게 된다.

또한 1967년에 Ed Lange라는 사람이 시작한 “Nude Club”이 유명해지면서 “낙원”으로도 불리워지게 된 곳도 바로 여기 Topanga지역으로, William Randolph Hearst 로 부터 Humphrey Bogart, Carol Lombard, Shirley Temple 등 유명인들의 거처가 되기도 했다 한다.

수많은 소설, 영화, 시트콤, 노래 등의 소재와 무대가 되었음은 당연한 일인데, 지금도 매년 Memorial Day가 낀 주말에는 “Topanga Day”라는 축제가 있어, 신나는 Parade 와 Belly Dancing과 함께, 다양한 음악, 음식, 공예품 등을 즐길 수 있는 County Fair 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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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anga Overlook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대개의 산타모니카 산맥의 등산코스들이 그렇듯이, 이 토팽가캐년 주위의 등산코스들도 끝없이 펼쳐지는 태평앙의 수평선을 볼 수 있는 아름다은 코스들이다. 1964년에 주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1974년부터 일반에 개방되었다. 11,525에이커에 달하는 넓은 면적으로 LA시 총면적의 5%를 점유하고 있는, LA시 최대의 공원으로, 등산로 입구가 60개나 된다고 한다.

오늘 우리는 왕복 5마일의 길지 않은 거리에, 순등반고도 870‘의 완만한 등산길을 통해 그림같은 바다와 계곡과 빌딩숲을 두루 볼 수 있는 “Topanga Overlook” - Parker Mesa Overlook 이라고도 함 - 을 가기로 한다. 산행에는 왕복 3시간이 소요된다.

LA 한인타운에서 Freeway 10 West 의 끝까지 가면, 자연히 1번 도로(Pacific Coast Highway) North 로 이어진다. 여기까지 12마일이다. 파도가 일렁이는 낭만의 1번 도로를 따라 4.2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Sunset Blvd 가 나온다.

우회전하여 0.3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Los Liones Drive 라는 길이 보이는데, 우리는 여기를 그냥 지나서 다음 블록까지 100m정도를 더 간다.

왼쪽에 Paseo Miramar 라는 주택가의 좁은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오름길을 1마일 정도 서행한다. Paseo Miramar 길이 끝나는 곳까지 가면 차량통제 게이트가 있는 등산로 입구가 된다. 주차장이 별도로 있지 않으므로, 주택들의 수목 울타리에 바짝 붙여 주차하면 된다. 널찍한 공간이 보이더라도 사유지에는 주차하지 않도록 한다. 주차허가증은 필요치 않다.


Topanga State Park 라는 표지판이 있는 등산로 입구( 해발고도 660‘ )를 지나서 비포장 소방도로( East Topanga Fire Road 이면서, 동시에 Paseo Miramar Trail 이다 )를 따라 북쪽으로 0.2마일을 가면, 왼쪽에서 올라오는 Los Liones Canyon Trail 이 합류된다.

오른쪽에 있는 계곡은 Santa Ynez Canyon 이다. 길은 계속 구불거리며 북쪽으로 나아간다. 오른쪽 계곡 너머 동편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주거지역이 부촌으로 알려져 있는 Pacific Palisades 이다. 이 지역의 서쪽 역시 태평양의 푸르른 전망을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주거지역으로 유명한 Malibu가 자리잡고 있다.

깨끗한 전망과 청량한 바람속에 널찍하게 잘 다져진 흙길을 걷는 산행이 쾌적하기만 하다. 오른쪽 멀리로는 Century City와 LA 다운타운의 고층빌딩군을 볼 수 있고, 좌측으로는 푸른 색깔의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등산 시작점에서 2마일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길이 왼쪽으로 갈라지며 Parker Mesa Overlook 이라고 씌여진 좁다란 이정표(Paddl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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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anga Overlook의 모습.


여기서 만약 직진하여 나아가면 4마일쯤의 거리에 이 공원의 Landmark 랄 수 있을 Eagle Rock 에 닿게 되는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왼쪽이다.

길은 서남쪽으로 나 있는데, 오른쪽 아래로 Topanga Canyon을 내려다 보며 높게 도드라진 능선의 형세로 이어진다.

갈림길에서 0.5마일을 온 지점에 이르면 능선이 갑자기 뚝 끊어지며 마치 베란다에 서 있는 것 같은 형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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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anga Overlook에서 아름다운 전망을 즐기는 젊은이들.


저만치 발 아래로 아름다운 산타모니카해안이, 마치 왼쪽으로 휘어 들어간 초생달 같은 모양으로,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바다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Topanga란 “위에 있는 곳”이라는 의미랬으니, 이 곳이야 말로 “Topanga” 가 아닌가 여겨진다.

눈 앞으로, 아니 발 아래로 전개되는 절경을 천천히 잘 즐길 수 있도록 반듯하게 잘 만들어진 큰 벤치2개가 놓여져 있고, 바로 옆 동편으로는 말고삐를 매어 놓으라는 간단한 목재 구조물(Hitching Post)이 설치되어 있다.

말을 타고 이곳을 찾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서는 응당 말에서 내릴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이렇듯 황홀한 땅과 바다와 하늘의 조화를 친견하는 이 자리에 서있는 우리들 피조물의 자세란, 아무래도 하마(下馬)와 함께 하심(下心)이 전제되어야 제격이라는 원려가 함께 담긴 것이라고 이해해 본다.
그리운 이가 있다면 이 곳 벤치에 앉아 애틋한 마음을 담는 편지를 써 볼 성 싶은 것은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의 정서이겠고, 저 아래 물처럼 숲처럼 싱그런 청춘의 나이라면 즉석에서 카톡으로 그 나름의 감회를 전해보는 것도, 이 곳 Topanga Overlook에서의 있음직한 소박한 풍류라고 하겠다.

올라 온 길을 거슬러 하산한다. 다소 늦어진 시간이라면, 덤으로 황혼의 낙조와 도시의 야경을 볼 수도 있겠다.

■사족
예전에는 이곳 Topanga 지역을 포함한 동쪽은Tongva인들의 거주지였고, Malibu와 그 북쪽은 Chumash인들의 삶의 터전이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백인들의 거주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한다. 2010년의LA County 인구조사에 따르면, Community별로 백인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Malibu(1위), Pacific Palisades(3위), Topanga(4위)였다.

2008년에 Arnold Schwarzenegger 주지사가 예산위기를 맞아 이 공원을 폐쇄코자 했을 때, 17,000여 주민들과 환경애호가들의 반대서명을 모아, 이 지역 초등학교의 6학년 어린이들이 이를 직접 주지사에게 전달 청원하였는 바, 이 일이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고, 결국 폐쇄조치가 되지 않고 계속 공원이 개방 운영될 수 있었다고 한다.

양(洋)의 동서(東西)와 때의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부드러움과 연약함은 강퍅하고 비정함을 감싸는 것의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현 시대의 우리네 살벌하고 복잡다단한 인간사, 실로 온화한 외유내강이야말로 만사형통의 열쇠일지도!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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