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중독 주범 ‘노로 바이러스’, -20도에도 안 죽어
식중독은 여름철에만 걸리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요즘 제철을 맞은 생굴 등을 먹다가 겨울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이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겨울 식중독균은 노로바이러스·로타바이러스·장관아데노바이러스 등이다. 특히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이 겨울철에 가장 많다.
‘겨울 식중독 주범’으로 불리는 노로바이러스는 27~40nm(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로, 상온 60도에서 30분간 가열해도 감염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영하 20도에서도 죽지 않고 냉동ㆍ냉장 상태에서 감염력을 수년간 유지한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설사ㆍ구토ㆍ메스꺼움ㆍ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식중독에 걸린다. 영ㆍ유아부터 성인까지 감염되며 위ㆍ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24시간 잠복기를 거친 뒤 설사ㆍ구토ㆍ복통 등이 1~3일 정도 생긴다. 회복 후 최소 3일~2주 전염력이 유지된다.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지하수나 생굴 같은 어패류를 먹거나 접촉할 때 감염된다. 감염된 사람이 사용한 물건을 만지거나 환자가 이용한 화장실을 같이 이용하는 등 환자와 접촉하면 옮는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음식물을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음식을 85도 이상의 열로 1분 이상 가열하면 노로바이러스가 죽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굴은 생으로 먹기보다 익혀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재기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는 아직까지 항바이러스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라며 “무엇보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외출 후, 음식 조리 전, 공중 화장실 사용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입자가 작고 표면 부착력이 강하기 때문에 손을 씻을 때는 30초 이상 비누나 세정제를 이용해 손가락, 손등, 손끝까지 깨끗이 씻어야 한다.
물은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 전염성이 강하므로 노로바이러스 증상이 있다면 오염된 옷, 이불 등을 살균ㆍ세탁하고 감염자가 음식 조리나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은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다. 치료제가 없어 물을 공급해 탈수를 막는 보존적 치료(정맥 주사)를 한다. 스포츠ㆍ이온 음료로 부족해진 수분을 보충하면 된다. 다만 설탕이 많이 든 탄산음료나 과일주스는 피해야 한다.
최상호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장염으로 설사를 하면 굶는 사람이 많은데 죽ㆍ미음과 함께 따뜻한 보리차나 이온음료를 조금씩 자주 마시면 좋다”고 했다. 최 교수는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건강한 성인은 대부분 2~3일 내로 호전된다”며 “어린이나 노인과 같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탈수 증상이 동반되므로 감염되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가성 콜레라’로 불리는 로타바이러스도 조심해야 한다. 심한 구토와 설사를 일으켜 탈수가 심하고 전염성도 강하다. 주로 고열ㆍ구토로 시작해 2~3일 뒤에는 심한 설사를 한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전 세계 어린이의 95%가 5세가 되기까지 적어도 한 번 이상 걸릴 정도로 흔하다.
겨울부터 초봄에 걸쳐 유행한다. 산후조리원이나 어린이집과 같이 영ㆍ유아가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 집단 발병이 많다.
로타바이러스는 대부분 사람 간 접촉을 통해 대변-구강 경로로 전파되지만, 생존력이 매우 강해 오염된 음식이나 물, 장난감이나 가구 등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일단 걸리면 수액을 보충해 탈수를 막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타바이러스는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고 감염되더라도 쉽게 회복될 수 있다. 생후 2개월 이후 아이에게 접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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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