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 주머니에 게실염 발생 위험
▶ 예방 위해 하루 30분 운동 필수
하루에 한 번은 꼭 대변을 보던 A(52)씨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흘에 한 번으로 횟수가 줄었다. 게다가 굵고 딱딱한 변 때문에 화장실에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 대변을 본 후에도 잔변감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지만 매번 실패만 한다. 최근에는 배 속이 부글부글하고 가스도 잦아져 관장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몸살과 함께 아랫배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찾아와 병원을 찾았는데 ‘변비’가 아닌 ‘대장게실염’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1주일에 2회 이하 배변하면 ‘변비’
정상적인 배변은 나이와 관계없이 이틀에 한 번 내지는 많아야 하루에 세 번 볼 때를 말한다. 따라서 배변 횟수가 1주일에 2회 이하라면 변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배변 횟수가 충분하더라도 배변 시 1분 이상 힘을 주어야 배변이 될 정도로 굳은 변을 볼 때도 변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대체로 하루 3회에서 주 3회 정도 배변 빈도를 보이고 있다. 이오영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전국 15세 이상 1,02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 대상자의 95.6%는 주 3회에서 일 3회 배변 빈도를 나타냈다.
그런데 겨울철에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이 겹치면서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겨울에는 추워진 날씨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수분 섭취량도 부족해지기 때문에 갑자기 변비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신체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장의 움직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복용 중인 다른 약 때문에 변비가 생길 수도 있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산제(특히 알루미늄이 다량 함유된 제산제), 고혈압 치료제 일부, 코데인이 함유된 진통제나 감기약, 진경제(복통에 사용하는 약물), 우울증약, 철분 제제 등이 변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루 20분 정도 땀날 정도 운동해야
겨울 변비를 예방하려면 하루에 20분씩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조깅을 하는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밖으로 나가는 게 꺼려진다면 복부를 시계 방향으로 마사지하거나 손바닥으로 복부를 두드리며 복부 근육을 자극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아침에 냉수 한 잔으로 대장의 연동운동을 유도하고, 평상 시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 대장 운동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밥이나 국 등의 음식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일 2L 정도의 물을 의도적으로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인스턴트나 육류 위주의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꿔 섬유질을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채소ㆍ과일을 자주 먹고 겨울철에는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대장게실염 때문에 변비 생길 수도
문제는 겨울 변비를 대수롭게 여기다 뒤늦게 대장게실염으로 고생하는 경우다. 게실(憩室ㆍdiverticulum)은 위나 대장 등 장기 바깥에 돌출된 작은 주머니를 말한다. 소화기 중에는 대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대장 게실이 있는 사람 가운데 85% 정도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장 게실 자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변비가 심하거나 만성변비라면 변이 작고 딱딱해져 대장이 변을 옮기기 위해 더 강한 수축을 해야 한다.
이때 높아진 압력이 장벽 중 약한 부위를 밀어내면서 점막이 변형되면 문제가 생긴다. 게실 주머니 안으로 변과 음식물 찌꺼기 등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켜 통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통 감기와 같은 열감과 함께 복통을 느끼며 어지럼증과 구토,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심하면 장 출혈과 천공(穿孔)으로 혈변을 보게 되고 장에 구멍이 났다면 극심한 복통과 함께 복부 팽만ㆍ복막염 등이 생길 수 있다.
강진구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변비인 상태에서 복통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점점 심해지면 대장게실염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특히 열이 나면서 혈변이 보이면 위급한 상황일 수 있으니 곧바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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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