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대표팀 안창림(뒤)이 2021 도하 마스터스 대회에서 하시모토 소이치와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대한유도회 제공]
한국 남자 유도의 ‘간판’ 안창림(필룩스·세계랭킹 13위)이 일본의 자존심 하시모토 소이치(세계랭킹 2위)를 다시 한번 꺾고 도쿄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안창림은 13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1 도하 마스터스 대회 둘째 날 남자 73㎏급 결승전 하시모토와 경기에서 연장전(골든스코어) 접전 끝에 반칙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 탓에 11개월 만에 국제대회에 참가했지만,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며 금메달과 함께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랭킹 포인트 1천800점까지 획득했다.
안창림은 불리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 시작 40초 만에 지도(반칙) 한 개를 받았다.
정규시간 종료 2분 27초를 남기고 시도한 업어치기도 하시모토의 수비에 막혀 포인트로 연결되지 않았다.
안창림은 정규시간 4분을 모두 보낸 뒤 연장 승부를 펼쳤다.
상황은 더 악화했다. 그는 연장전 1분 57초에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며 하시모토와 지도 한 개씩을 나란히 받았다. 지도 한 개를 더 받으면 반칙패를 기록할 수 있는 벼랑 끝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창림은 특유의 강한 체력을 앞세워 하시모토와 힘 싸움을 이어갔다.
승부는 다소 허무하게 갈렸다. 하시모토는 연장전 3분 40초에 안창림의 오른팔을 잡아당기는 위험한 기술을 시도했다.
안창림은 통증을 느낀 듯 소리를 질렀고, 심판은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기술을 썼다며 하시모토에게 반칙패, 안창림의 우승을 선언했다.
안창림과 하시모토의 인연은 깊다.
재일교포 3세인 안창림은 2013년까지 일본에서 뛰다가 일본의 귀화 요청을 뿌리치고 2014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안창림은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한국 용인대로 편입했는데, 해당 대회 결승에서 만났던 선수가 하시모토다.
이후 안창림은 국제대회에서 하시모토와 두 차례 만나 모두 패했지만, 2018년 5월 중국 후허하오터 그랑프리 대회 결승, 2018년 9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승리하며 전세를 역전했다.
하시모토는 최근까지 이 체급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최강자다.
다만 해당 체급에서 하시모토와 ‘쌍벽’을 이루는 일본의 오노 쇼헤이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안창림은 오노에게 상대 전적 5전패를 기록할 만큼 약한 모습을 보였다.
안창림은 하시모토, 오노를 넘어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도쿄 무도관은 일본 전국대회 첫 우승을 했던 장소”라며 “꼭 금메달을 획득해 애국가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