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경제에서는 상위 20%가 전체 생산의 80%를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경영 컨설턴트인 조지프 듀런이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발견에서 따와 ‘파레토의 법칙’이라 이름 붙인 현상이다. 1896년 파레토는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80%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가 논문에 인용한 것은 콩깍지에 대한 관찰이었다. 20%의 콩깍지에서 전체 콩 생산량의 80%가 나오더라는 것이었다.
이후 파레토의 법칙은 경제나 농업 등의 특정현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르는 보편적 법칙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개미들의 사회나 인간사회나 할 것 없이 어떤 성과의 80%는 상위 20%의 행위의 결과이며 나머지 80%는 성과의 나머지 20%에 기여할 뿐이라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회현상의 목록은 끝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내용도 있고 부정적인 현상들도 있다. 부정적인 현상들 가운데 하나가 감염병에서 나타나고 있는 파레토의 법칙이다.
감염된 사람들의 20%가 나머지 80%를 전염시키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수퍼전파자’(superspreader)라 불리는 감염자들이다. 수년 전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의 환자들 186명 가운데 83%가 5명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바 있다. 감염병의 파레토 법칙이 정말 맞는다면 전체 감염자 5명 중 한 명 정도는 수퍼전파자라는 얘기다.
누가 왜 수퍼전파자가 되는지는 의학적으로 아직 완전하게 규명되지는 않았다. 선천적으로 바이러스를 많이 방출하는 체질이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에서부터 면역이 약한 사람이 바이러스를 억제하지 못하고 배출해 수퍼전파자가 된다는 추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설들이 있다. 반대로 너무 면역이 강한 사람들이 아무런 증상 없이 마구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접촉하다 수퍼전파자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미국을 큰 고통 속에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역시 이런 법칙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보다 정확한 바이러스 전파 패턴은 추후 더 많은 데이터 수집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드러나겠지만 수퍼전파자들이 통제되지 않는 팬데믹 현상의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은 실증사례들에 의해 강력히 뒷받침되고 있다.
최근 오리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비극은 수퍼전파자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 하나가 어떤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오리건 더글러스 카운티 보건국은 코로나19 증상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출근한 한 사람의 근로자로 인해 2차례의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일어나 결국 7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은 당국의 광범위한 추적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부주의하고 무책임한 그 전파자를 과연 의학적인 측면에서 수퍼전파자로 분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수퍼전파자의 행동’을 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보건당국은 “우리가 직면해 있는 가장 큰 우려를 보여준 상황”이라며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 전에는 항상 그 모임이 ‘수퍼전파자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다.
오리건의 비극은 특이한 체질 같은 의학적 이유들이 아닌,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태도와 행동이 수퍼전파자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깨우쳐 주고 있다. 그러니 그 누구든 수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조심에 조심을 더해야 한다.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