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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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시절에 새로 읽는 보왕삼매론

2020-12-17 (목) 정리: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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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회다 동문회다 종친회다 산악회다 골프 축구 테니스 달리기 등 각종 동호인클럽 모임이다, 하다못해 친목계 모임까지. 해마다 이맘때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던 온갖 이름의 송년모임이 올해는 거의 싹 사라졌다. 새해 정초에 계속되던 신년모임도 마찬가지다. 신문이나 방송에 자주 오르내린 잦은 모임 과식조심 과음조심, 음주운전 집중단속 등 연말연시 감초보도 역시 눈비비고 찾아봐야 할 지경이다.

올해 초부터 지구촌을 덮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비드19) 팬데믹 때문이다. 식당이나 술집 이 문을 닫는데, 기껏 열어도 전후좌우 띄엄띄엄 제한이 한둘 아닌데, 그 이전에 근 1년이나 계속된 ‘코로나 불황’으로 이 사람 저 사람 지갑들이 얇아지고 웃음기마저 희미해졌는데, 한 해가 저문다고 새해가 밝아온다고 한데 모여 들뜰 계제가 아니다. 그저 무사한 것만 해도 감지덕지 지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한숨으로 지새울 일은 결코 아니다. 이 고난의 시절에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 가르침은 수두룩하다. 그중 하나,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이다. 보왕삼매론은 불자에게는 역경을 통해 성불하는 지침서로, 불자 아닌 이들에게도 역경을 딛고 거듭하는 인생의 나침반으로 널리 읽혀진다. 이는 원나라 말기~명나라 초기 선지식 묘협(妙協) 스님이 정리하고 훗날 명나라 선승 지욱(智旭) 스님이 재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보왕삼매염불직지(寶王三昧念佛直指) 22편 가운데 제17편 십대애행(十大碍行)을 간추린 것이다.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念身不求無病 身無病則貪欲易生 / 염신불구무병 신무병즉탐욕역생)

2.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處世不求無難 世無難則驕奢必起 / 처세불구무난 세무난즉교사필기)

3.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어라 하셨느니라. (究心不求無障 心無障則所學躐等 / 구심불구무장 심무장즉소학렵등)

4. 수행하는 데 마(魔)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마(魔)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立行不求無魔 行無魔則誓願不堅 / 입행불구무마 행무마즉서원불견)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謀事不求易成 事易成則志存輕慢 / 모사불구역성 사역성즉지존경만)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交情不求益吾 交益吾則虧損道義 / 교정불구익오 교익오즉휴손도의)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원림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于人不求順適 人順適則心必自矜 / 우인불구순적 인순적즉심필자긍)


8. 공덕을 베풀거든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施德不求望報 德望報則意有所圖 / 시덕불구망보 덕망보즉의유소도)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見利不求沾分 利沾分則痴心亦動 / 견리불구첨분 리첨분즉치심역동)

10. 억울함을 당해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被抑不求申明 抑申明則怨恨滋生 / 피억불구신명 억신명즉원한자생)

이와 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저 장애 가운데 보리도를 얻으셨느니라. 도를 배우는 이들이 역경에서 견뎌보지 못하면 장애가 닥칠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해 법왕의 큰 보배를 잃게 되나니, 역경을 통해 부처를 이룰지니라.

<정리: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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