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경학회 “호르몬 치료, 유방암 발생은 오해”
폐경이 되면 고혈압ㆍ당뇨병ㆍ골다공증 등 만성질환 발병을 걱정한다. 하지만 폐경 이후 이를 줄여주는 ‘폐경 호르몬 요법’보다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폐경학회가 국내 50대 이상 여성 가운데 폐경을 경험한 여성(마지막 월경이 끝난 후 1년 이상이 지났거나 자궁 적출 수술 등으로 폐경을 진단받은 여성) 500명에게 시행한 ‘폐경 질환 인식 및 치료 실태 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 폐경을 경험한 여성 10명 가운데 8명(80.3%)은 폐경 증상을 겪었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폐경 증상으로는 불면증ㆍ수면 장애(58.1%)였다. 안면 홍조(48.7%), 야간 발한ㆍ식은땀(48.0%), 질 건조ㆍ성교통(44.3%), 상실감ㆍ우울감(43.9) 순이었다.
폐경 후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고혈압ㆍ당뇨병ㆍ골다공증 등 만성질환 발병률 상승(27.4%)을 가장 많이 답했다. 이어 복부 비만ㆍ피부 변화(27.2%), 안면 홍조ㆍ식은땀(17.4%) 상실감ㆍ우울감(16.4%) 등을 꼽았다.
김탁 대한폐경학회 회장(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 부족은 안면 홍조ㆍ수면 장애ㆍ야간 발한 같은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폐경기 증상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ㆍ당뇨병ㆍ골다공증 등 만성질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폐경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데 폐경 여성의 치료 인식률은 여전히 낮았다. 폐경기 증상 개선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병원 방문 치료(폐경 호르몬 요법)를 답한 응답자는 24.6%에 불과했다. 운동ㆍ식이요법 등 생활 습관 개선(37.8%), 건강기능식품 섭취(27.6%) 등이 선호도가 높았다.
이는 폐경 증상 개선을 위한 치료 및 관리 경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증상 개선을 위해 실행한 치료나 관리법을 묻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수의 응답자가 건강기능식품 섭취(78.8%)를 꼽았다. 이어 생활 습관 개선(56.6%), 폐경 호르몬 요법(38.3%), 일반의약품 복용(28.3%), 한의원 방문(20.2%) 순이었다.
폐경 여성들의 높은 건강기능식품 의존도는 5년 전 조사보다 높아졌다. 폐경 증상 개선을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시행한 치료나 관리법 한 가지를 묻는 2016년 설문에서 응답 여성이 가장 중점적으로 시행한 치료 관리법은 생활 습관 개선(36.5%)이었고, 호르몬 요법(19.7%)과 건강기능식품 섭취(11.4%) 등을 꼽았다.
반면 이번 설문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택한 폐경 여성이 39.9%로 5년 전보다 3.5배가량 늘었다. 생활습관 개선을 선택한 여성은 다소 감소한 22.2%, 폐경 호르몬 요법을 답한 여성은 20.2%로 집계됐다.
신정호 대한폐경학회 사무총장(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석류·홍삼·달맞이오일 등 건강기능식품 섭취는 폐경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여성호르몬 저하로 인한 만성질환 위험 증가를 줄여주는 예방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신 사무총장은 “한 달에 3만원밖에 들지 않는 여성호르몬 치료는 실제 만성질환 발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폐경 전후 발생하는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권장되는 치료법은 폐경 호르몬요법이다. 폐경 호르몬 요법은 안면 홍조ㆍ발한ㆍ피로감ㆍ두통 등 폐경기 증상 조절에 효과적이고, 폐경 초기(발생 10년 이내)에 사용하면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골다공증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그러나 국내 여성들은 유방암 발병 위험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폐경 호르몬 요법을 망설이거나 중단하는 비율이 높았다. 설문에 참여한 폐경 여성의 75.4%가 폐경 호르몬 요법을 받으면서 암 발생 위험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폐경 호르몬 요법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도 42.7%의 응답자가 암 발생 위험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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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